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4일 형지복지원 사건을 부당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살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 이 사건을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인정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일어난 인권 유린사건이다. 불법감금은 물론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됐다.

1987년 이곳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그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으나,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6월을 받는 데 그쳤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형제복지원 인권 침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하에 부랑인으로 지목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자의적으로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및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이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 명이었다. 1984년에는 한 해에만 입소자가 4355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마구잡이식 부랑인 단속과 복지원 수용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 당시 단속반은 이 훈령을 근거로 부랑인으로 지목된 자를 형사 절차 없이 수용 시설에 보냈다. 진실화해위는 또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14건을 처음 검토, 1975∼1988년 복지원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더 많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위원회는 수용자 응급 후송 중 사망 사례나 사망진단서가 조작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형제복지원 옛 모습. 국제신문DB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한 정황도 드러났다. 1982년 강제 수용 피해자 가족이 정부와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했지만, 진정인이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1986년 보안사령부가 복지원에 수용된 간첩 용의자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 요원을 수용자로 위장 침투시켰다. 당시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로 재소자 대부분이 탈출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곳”이라는 요원 보고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 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며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과 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국가가 각종 시설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유엔 강제 실종 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부산시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조사 및 지원 업무 담당 부서 예산·규정·조직 정비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