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출입국·외국인청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 태국 출신 미등록 외국인 A(45) 씨가 출입국 수용실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A 씨는 경남 김해에서 오랫동안 노동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일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 단속돼 이날 출입국·외국인청으로 신병이 인계됐다.

귀국 절차를 밟기 위해 수용실에서 대기하던 A 씨는 갑자기 벽을 머리에 찧는 등 난동을 부렸다. CCTV로 수용실을 지켜보던 외국인청은 즉시 그에게 수갑 등 보호 계구를 채운 뒤 119를 불렀다. 처음 구급차는 시의료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당시 열이 40도에 육박한 A 씨는 코로나19가 의심돼 이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다. 뒤이어 동아대병원으로 향하던 차량 속에서 A 씨는 이날 오후 7시45분께 숨졌다. 병원 측은 그의 사인을 ‘원인 미상’으로 분류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경찰은 A 씨의 부검 감정서를 기다리고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참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9년 9월 경남 김해의 제조업체의 태국인 노동자 B(당시 29세) 씨는 단속을 피해 건물 담벼락을 뛰어넘다 갈비뼈가 부러졌다. 부러진 뼈 때문에 간 손상을 당한 B 씨는 인근 야산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2018년 8월 경기 김포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출신 C(당시 27세) 씨도 단속반을 피하다 추락해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출입국·외국인청 차원의 불법체류자 단속은 2020년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토끼몰이’에 비유되는 이 같은 단속이 과잉 집행이라는 논란을 산 데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음지로 숨게 해 방역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 씨처럼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때엔 출동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 의해 단속된 불법체류자는 통상 출입국·외국인청으로 신병이 넘어가고,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본국으로 송환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불법체류자는 38만8700명이다. 이 중 태국인이 14만2677명(38.7%)으로 가장 많다. 태국인은 비자 없이 한국에 들어와 90일간 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도 2만 명의 불법체류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은 3D 업종이나 농업 등 내국인이 꺼리는 분야의 육체노동자로 일한다. ‘단속이 뜰 때마다 농가 일손이 사라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인정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 단속보다는 체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명이나 방역을 위협하는 단속보다는 불법체류자의 국내 경제적 기여를 인정해 이들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시대전환 조정훈(비례)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런 사정을 언급하며 체류 합법화 또는 대사면을 요청했다.

반면 대사면 등의 양성화 조처가 외국인의 대거 입국을 유발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거란 염려도 나온다. 이인경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2004년 8월)되면서 대사면이 없어진 대신 난민 신청을 해주는 사례가 늘었다.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오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인데, 대사면이 시행되면 브로커 등이 입국을 유인할 거다. 체류 안정이 절실한 실제 난민에게는 굉장히 불리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