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자 산업계에서 임금피크제 소송이 확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공장 전경

부산에 사업장을 둔 르노코리아자동차 노동조합은 최근 통상임금이 부당하게 책정돼 조합원이 손해를 본 금액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 19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노조는 또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부당하게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며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도 창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는 전·현직 조합원 55명이 참여했다.

르노코리아는 2016년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해마다 직전년도 임금 10%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기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완화되지 않았다”며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은행권과 증권가에서도 임금 피크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전·현직 노조원 55명은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이 과도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이달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1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가 55세로 다른 회사들에 비해 과하게 낮고 삭감 비율도 평균 50%에 달해 그로 인한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우선 1인당 2000만 원을 청구했다. 향후 소송 과정에서 청구액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KB국민은행 노조도 41명 소속 노동자 명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대상 임직원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직무를 후선 업무에 국한하기로 한 노사 합의와 달리 적지 않은 직원들이 현업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노동조합도 대법원 판결 이후 사측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