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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수학…산업 속 수학 <6> 필즈상과 한국 수학계 및 산업수학

4차 산업혁명 시대… 수학 수준 높여야 D·N·A(Data, Network, AI)산업 이끈다

  •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혁신센터 책임연구원
  •  |   입력 : 2022-07-19 19:11:5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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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이, 수학 난제 11개 해결
- 조합적 대수기하학 새 장 열어

- “허 교수 ‘수포자’ 표현은 과장
- 국내 교육과정과 부조화일 뿐”

- 전기차·반도체·신약 등 신기술
- 수학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국제수학연맹 총회의 마지막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37분(한국시간)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인 미국 시카고대학 수학과 케닉 교수(Prof. C.E. Kenig)는 미국 프린스턴대학 허준이 교수(Prof. JuneHuh)를 두 번째 필즈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한국인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하다니, 그 동안 대한수학회 한국산업응용수학회 등 여러 학회 활동으로 간절하게 조명받기를 소망했던 한국 수학자들의 역량과 성과를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뭉클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허준이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이용해 조합론의 난제를 풀어 한국인 중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국제수학연맹이 수상자 프로필로 촬영한 허 교수 모습. 국제수학연맹 제공

박수와 함께 이어지는 허 교수를 소개하는 비디오 클립은 이렇게 시작됐다.

“…수학에서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다. 우리는 두뇌가 비밀스럽게 작동하는 미스터리한 영역을 겨우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하여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이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 …동료들의 영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나의 업적은 불가능했다. 매우 훌륭한 사람들의 거대한 네트워크 일원으로 인해 내가 수학자가 되기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자유를 나에게 주었다. 언젠가 매우 좋은 날에 나는 아주 오래되고 복잡한 구조의 작고 단순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스터리한 모습으로 우리들은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성으로 성장한다.”

허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그의 겸손한 품성, 아버지·남편으로서의 자상함, 수학자로서의 유연하고 강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 수학연구소 소장인 김민형 교수는 올해 필즈상 수상자 4명의 업적을 살펴보면 허 교수의 결과가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평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정수론의 중요한 분야인 산술기하학(Arithematic Geometry)의 세계적인 대가다.

■리드 추측 등 수학 난제 11개 해결


이스라엘 헤브루대학 길 칼라이 교수(Prof. Gil Kalai)의 허 교수 업적을 소개하는 강연이 이어졌다. 리드 추측으로 시작해 10개가 넘는 조합론(Combinatorics)의 추측을 대수기하적(Algebraic Geometric) 이론을 이용해 해결했다는 놀라운 업적에 관한 흥미진진한 소개가 이어졌다.

여기서 잠깐. 리드 추측에 관해 얘기해 보자. 필자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여러 가지 행사에 동원되거나 국민계몽운동(?)에 어린아이의 손길이 필요했을 때였는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산불 조심, 쥐를 잡자, 간첩 조심 등의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포스터 대회가 자주 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주로 크레파스로 포스터를 그렸는데 조건이 있었다. 4가지 색만 가지고 그려야 한다는 것.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레파스 통에는 20가지가 넘는 색깔의 스틱이 있는데 4가지만 쓰라니, 나머지 색은 어떡하나? 그런 등등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문제가 바로 4색 문제이고 세계지도의 나라 색을 칠할 때 4가지로 표시하면 국가별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1900년대 항해사 등이 관찰했고 향후에 평면 그래프의 채색 문제로 제안되고 예측됐으며 이후 1970년 후반에서야 해결됐다.

그러니까 그래프의 특성에 따라 이웃하는 꼭짓점의 색을 달리 할 수 있는 최소 색의 수를 그래프의 채색 수(chromatic number)라고 하는데 앞서 말한 모든 평면 그래프에 대해서는 채색 수가 4 이하라는 것이다.

주어진 그래프에서 꼭짓점에 색을 칠할 때 연결된 꼭짓점은 다른 색으로 칠할 수 있는 모든 가짓수를 색의 개수를 변수로 하는 다항식(polynomial)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채색 다항식(chromatic polynomial)이라고 한다. 이때 채색 다항식의 계수가 커졌다가 감소(unimodular)함을 관찰할 수 있는데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 교수가 예측했다. 당시에 조합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고 한다.

허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여기서 나오는 계수는 대수다양체에서 나오는 기하적으로 기술되는 양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점 선 면과 같은 본질적인 개념에 관한 깊은 관찰과 통찰로 얻어진 결과다. 2006년 필즈상 수상자인 미국 버클리대학 오쿤코프 교수(prof. Okounkov)는 허 교수의 업적에 관한 해설서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허 교수의 업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같은 현상이 기하적인 대칭과 관계식을 이용하면 다양한 결과를 얻음으로써 조합적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수포자’에 관한 팩트 체크

채색 수
지난 5일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이후 국내 주요 일간지의 1면에 허 교수의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됐다. 그런데 몇 가지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고등학교 중퇴(highschool dropout)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에 관한 것인데 먼저 허 교수가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유는 서울에 소재한 S고등학교 재학 시 몸이 힘들어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못 하겠다고 하니 학교에서 자퇴를 권유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또한 수포자에 관한 논란인데 그가 수포자면 우리나라 수학과 교수 모두가 수포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이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수학을 못 했을 리 없다. 정리하자면 허준이 당시 학생은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기는 어려운 진정한 큰 물고기였던 건 아닐까?

하지만 시인과 과학 기자라는 갈림길에서 학부 때 1970년 필즈상을 받은 일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특강을 들으면서 수학적 적성을 발견했고 그로 인해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박사과정 1년 차에 리드 예측을 해결하게 된다. 이후에 거침없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한국계라고 기사를 쓰는 몇몇 언론사의 논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굳이 한국 수학계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자면 큰 물고기를 키우고, 그 안에서 새로운 대어를 자생적으로 키우는 부분에서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대어의 유전자 발현을 도와 성장할 기회를 주는 역할은 하고 있다고 본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우리의 교육과정이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수학은 4차 산업혁명 원천 경쟁력

일부의 사람은 필즈상을 받은 것은 좋은데 수학은 수학일 뿐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질문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근대화를 거치면서 공업 입국을 기치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권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D.N.A.(Data, Network, AI) 분야 원천적인 경쟁력은 수학에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이 분야의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으로 수학 및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혁명에 기반한 산업의 변화를 예측했던 많은 세계적인 석학은 이러한 변혁의 시기에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수학을 지목하고 있다. 수학이 홀로 전기자동차 반도체 원자력발전소 단백질 합성 신약 개발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수학이 전제되지 않는 기술 개발은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고 말 것이다. 수학의 응용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시기가 되었다. 2050년 세계 5대 강국이 되기 위해선 수학 수준이 그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두운 밤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시나브로 밝아지는 언덕 너머의 불빛은 무거운 발걸음을 힘차게 옮길 수 있는 희망이다. 다시 한번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며 한국 수학계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나누고 싶다.

※공동기획:국제신문·국가수리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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