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증금 280억 원을 떼였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농협은행과 소송까지 붙은 옛 효원굿플러스 상인들(국제신문 지난 8일 자 6면 보도)이 이번에는 부산대의 행정 조처로 돈을 받을 근거까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효원 굿플러스. 국제신문DB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대는 ‘효원문화회관(옛 효원굿플러스) BTO사업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 및 관리운영권 설정 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이 건물에 임대차 보증금을 낸 수분양권자 상인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 부산대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포함해 조서를 정리 중이다. 민감한 사안이라 향후 일정이나 계획 등을 말하기가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처분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대가 처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선고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결과 때문이다. 부산대는 2019년 3월 건물 점유자인 이랜드리테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이 사업의 시행자였던 신영리테일(옛 효원이앤씨)은 자본 잠식에 빠지며 2012년 5월 관리 운영권을 잃었는데, 부산대는 관리운영권이 없어진 후 얻은 임대료 등 233억 원이 부당이득이니 반환을 요구한 것이다. 신영리테일은 관리운영권을 잃기 1년 전인 2011년 5월 이랜드리테일과 건물 위탁관리 운영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이랜드리테일이 상점 임대료 등 관리해왔다.

법원은 실시협약 해지에 따른 적법한 관리운영권 설정 취소 처분과 그에 따른 말소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부산대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행정 절차를 이행해야만 신영리테일의 관리운영권이 소멸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다. 부산대는 법원의 판시대로 이번 청문으로 형식적인 관리운영권 설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는 셈이다.

이 돈이 부산대 소유가 되면 상인들은 임대계약금 등을 돌려받을 법적 권리를 잃는다. 이 건물은 국립대학인 부산대가 소유한 국유재산이다. 여기서 발생한 사용료가 학교 회계에 들어가면 학내 사안 이외의 용처로 사용할 수 없다. 일부 상인은 신영리테일의 관리운영권을 근저당 잡아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 상인은 그 같은 준비조차 안 해 사실상 법적 구제가 어렵다. 상인들을 대리하는 박종훈 변호사는 “관리운영 채권을 가진 상인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채권 후순위거나 아예 대비를 하지 않은 상인들은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런 상인들이 전체의 60~70%다”고 말했다.

앞선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원사업자인 신영리테일 측은 “처분에는 이의가 없지만, 실시 협약이 해지된 시점(2012년 5월)에 이 처분을 했다면 해지 시 지급금이 임차인들에게 돌아가 임차인들의 임차보증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을 텐데, 소송이 길어지면서 지연이자가 늘어나 임차보증금 문제를 해결할 재원이 고갈됐다”며 “이 시점에 다른 대안 없이 위 처분을 성급하게 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의견을 냈다.

상인들 역시 “국립대가 하는 사업이라 믿고 분양받았는데 아무런 대안 없이 관리운영권이 취소되면 임차인들의 권익이 침해당한다. 임차인의 권익을 보장한 후에 취소 처분을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이 돈은 국유재산 사용료라 상인들을 위해 쓰면 배임이 된다. 일단은 NC백화점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유발부담금 등에 지출할 계획이다. 상인 구제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