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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6> 심성섭 ‘오페라 바움’ 대표

클래식에 미친 공기업 아웃사이더, 평생의 꿈 감상실 열다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7-12 19:54:37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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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들은 베토벤 교향곡
- 심장이 콱 멈출 정도로 매료돼
- 회사 다니면서도 줄곧 음악사랑

- 한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 책임
- 30여 년 직장생활 끝내고서야
- 마음에 품었던 감상공간 운영
- 오페라 실황공연 상영·해설도


◇ 심성섭의 인생Tip

- 인생 이모작 때는 자기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라.


인생을 허비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공기업 등에서 지내온 직장생활도 무의미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조직의 부품이 되어 살아왔던 영혼을 자유롭게 하자고 결심했다. 퇴직 후 3년, 꿈꾸어 왔던 클래식 음악감상실을 운영한다. 인생 후반전을 매력 만점으로 사는 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은 ‘오페라 바움’. 심성섭 대표는 마침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연주에 관해 강론한 직후인지라 상기돼 있었다.
심성섭 대표가 음악감상실 ‘오페라 바움’에서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일생과 오페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는 어떤 곳인가요?

▶클래식 전문 음악감상실 ‘오페라 바움’입니다.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기도 하고, 유럽 미국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있었던 실황 공연 영상물을 상영하면서 해설도 해드립니다. 동호회 차원이나 친구분끼리 오시기도 합니다. 임윤찬과 같이 재능있는 사람이 세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클래식은 아직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거친 시대,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드리는 곳입니다.



음악실은 2018년 오픈했다. 부산 기장군 동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헬로시티 건물 3층에 편백나무와 붉은 벽돌이 잘 어우러진 인테리어로 된 소극장식 구조다. 40석의 암체어형 소파가 놓여 있는 정면에는 120인치 영상 화면에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법대에 입학했으나 성향이 맞지 않았어요. 졸업 후 대기업을 거쳐 공기업에서 30여 년 재직했으나 조직 생활이 항상 지겨웠고 탈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음악을 듣거나 음악 에세이를 읽으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애들도 다 키웠으니 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음악감상실을 연 겁니다.

- 사람들은 인생이모작의 나이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추진하셨군요.

▶대학생 때 우연히 효원음악감상실에서 들은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심장이 콱 멈추는 충격을 받았었어요. 아! 이것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각오했죠. 고시에 합격해 출세해야겠다는 생각은 그날부터 접었습니다. 그 대신 음반 가게에 가서 베토벤의 운명, 슈베르트의 미완성,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 등을 녹음해서 카세트가 몇 개 망가질 정도로 듣곤 했습니다. 돈만 생기면 무조건 LP 음반이나 카세트 테이프를 모았어요. 물론 대중가요에 몰입하기도 했죠. 그런데 졸업할 때는 시골에서 논 팔고 소 팔아 공부시킨 부모님의 바람을 외면하기 힘들어 대기업에 들어갔지요. 그러나 이제는 굳은 결심을 한 겁니다. 퇴직 즈음에 여행을 했는데, 제가 제 자신에게 계속 말하고 있더군요. “고생했다. 너는 할만큼 했다. 이젠 됐다.” 이제 청춘기에 저의 영혼을 뒤흔들었던 클래식과 재회해 사랑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 운명에 순종하려 합니다.

-직장생활을 많이 하셨군요.

▶네 그러나 회사는 따분했고 저는 부실했습니다. 1986년 대학 졸업 후 ○○제철에 입사했었어요. 그런데 사무직인 데에도 군대처럼 누런 제복과 군화 같은 것을 신기더군요. 결정적으로 오너를 우상화하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그 뒤 입사한 ○○물산에서도 역시 성과제일주의 속에서 조직 규율이 강했었어요. 역시 1년도 못 견디고 나와버렸어요. 다시 찾은 직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었습니다. 우상화도 없고 실적으로 사람을 옥죄는 곳이 아니었죠. 사실상 저의 생계를 지켜준 고마운 곳입니다. 하지만 딱히 보람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오로지 좋은 오디오를 집에 들여놓고 음악을 듣거나 동료랑 어울리는 데만 열중했죠. 그곳에서 정년을 채웠습니다만, 사실상 자발적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듣고서 운명처럼 클래식을 연모해온 그는 기질적으로 자유주의자 유형인 것 같다. 규율을 싫어했고 늘 자신의 시간을 확보했다. 직장생활 중 ‘나의 음악사랑 목록집’ 초고도 완성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쾌락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최대의 화두로 삼았던 그리스 소피스트들이 생각났다. 그는 인생 이모작의 길목에서 이젠 쾌락까지는 아닐지라도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전문 음악감상실을 만들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퇴직금이 있었고 은행 융자도 좀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말리지 않더군요. 제가 음악을 평생 죽자 살자 연인처럼 껴안고 살아왔기에 말려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 다닐 때도 음악 카페를 차려서 운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근 10년은 한 것 같아요. 이 경험이 주효하더군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때 그 무엇이라도 최소 5년 이상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페라 바움’에 비치된 음반들.
그는 사업적 성공조건도 생각한 듯하다. 악상을 이해하는 감각이 탁월해 듣는 음악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재능을 가진 그는 코로나 속에서도 베르디의 ‘라 트라비이타’, 푸치니의 ‘라 보엠’ 같은 오페라 감상 프로그램을 4년째 돌렸다. 또 부산시교육연수원,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의 교사연수 프로그램에도 협력해왔다.



- 앞으로 계획은요?

▶오페라 가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미국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의 드라마틱하거나 고혹적인 목소리에서 엄청난 전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실황 공연 때 저의 그 감동을 회원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서울의 풍월당도 가보았습니다. 외국 현지에 가기 힘든 대중들에게 영상으로나마 여러 천재들의 기예를 즐기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회원님들 모시고 유럽의 공연 현장에도 다니고 싶습니다. 오페라는 미리 알고 접하면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기에 즐거운 학습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부산항 북항에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저의 음악실에서 미리 공부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직장 문제로 힘들어하는 자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일모작 때 저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였지만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 인파이터’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제게 “일하고 싶은 회사가 없어요”라고 한다면 “한 번 뿐인 인생, 너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거라. 좀 늦어도 된다. 아빠는 환갑 지나도 아직 철이 덜 들었단다. 너도 괜찮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찍이 ‘수상록’의 저자인 미셀 드 몽테뉴는 ‘크 세쥬’(Que sais-je), 즉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강조했다.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 시절, 지금과 비교 안 될 정도로 아비규환의 그 시대에 이 지도자는 사람에게 말했다. “세상살이에 있어서 자기에게서 도망치지 말라. 그대의 영혼을 숭고하게 하라.” 괴테의 언어로는‘치타델레’(Zitadelle)라 불렀던 내적 자아의 충만함을 우선하라는 것이다. 우리 인생, 이모작의 길목에 서서 보면 의무적인 일에 내몰려 인생을 낭비한 것이 아니었던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심 대표는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신을 보살핀 점이 돋보인다. 그의 인생이모작 경영법은 불확실하고 고단한 세상을 탓하기만 하면서 자기로부터 오는 외침을 억누르고 사는 사람에게 섬광과 같다.

◇ 초보자의 클래식 음악 입문 방법

음악을 연주하거나 작곡하지 못해도 음악을 충분히 잘 감상할 수 있다. 관심과 두 귀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생활 속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해보자
① 클래식 FM 방송을 꾸준히 듣는다. 괜찮은 이어폰을 활용하는 것도 생활의 지혜다.
②  일 년에 네 번 정도 문화회관 등을 찾아서 실황 공연을 감상한다. 
③ 클래식 음악 해설서나 책을 읽고서 이에 언급된 음반을 직접 구해서 듣는다.
④ 전문 음악감상실에 가입해 동호회 멤버들과 교류하고 함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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