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덮인 건지산 날망으로 연거푸 시퍼런 벼락이 꽂히고 있었다. 전에는 거의 매일 밤 볼 수 있던 봉홧불이 장마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숫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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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시작된 지난 23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변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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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 중편소설 ‘장마’의 한 구절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하늘은 우중충하고 공기는 후터분하게 무거우며 꿉꿉함은 덤이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지기도 한다.
장마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남쪽에서 시작된다. 부산의 평년(1991~2020년 평균) 장마철은 6월 23일 시작돼 7월 24일 끝난다. 이 기간에 비는 17.1일 내린다. 부산의 장마철 강수량은 402.2mm로 연강수량(1576.7mm)의 4분의 1이나 된다. 장마철 강수량은 2009년에 1044.1mm로 가장 많았다. 1994년에는 43.0mm로 가장 적었다.
변덕스러운 장맛비는 왜 매년 찾아올까. 지구 대기에는 다양한 성질의 공기가 존재한다. 서로 다른 공기가 부딪치면 맞닿은 면이 불안정해져 비구름을 만든다. 그들만의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면이 지상과 닿는 부분을 전선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전투선이다. 전선은 한 공기가 다른 공기를 밀어내거나 섞이면서 생기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넓은 지역에서 오래 머문 공기는 그 지역의 성질을 띤 고집스러운 거대한 공기덩이가 된다. 이것을 기단이라 한다. 기단들 사이의 전투는 꽤나 오래도록 힘겨루기를 하며 정체한다. 이들의 전투선을 정체전선이라 부른다.
대륙과 해양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초여름에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열대성 기단(북태평양고기압)과 다양한 성격의 기단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 시기가 바로 장마철이다.
기단 중 북태평양고기압은 동아시아에 많은 영향을 준다. 여름이 진행될수록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함에 따라 정체전선은 우리나라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이동한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정체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내면 비로소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여름을 맞게 된다.
장마철을 결정짓는 정체전선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발달한 구름대를 통해 정체전선을 유추할 수 있지만 이 구름대는 항상 뚜렷하게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러 기상요소를 분석해 정체전선 위치를 유추한다. 그래도 정체전선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장마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 기상청이 장마의 시작과 끝을 ‘사전’이 아니라 ‘사후 분석’을 통해 발표하는 이유다.
정체전선 예측이 어려워도 기상청은 단기예보(3∼4일) 중기예보(10일) 장기전망(1·3개월)을 통해 강수 예측자료를 꾸준히 제공한다. 특히 기상청의 ‘날씨알리미 앱’은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날씨 현황과 예보뿐 아니라 몇 시간 내로 예상되는 위험 기상을 팝업으로 알려주고 있다. 미처 예보를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위험 기상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장마철에는 기상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침수·붕괴 위험지를 사전에 제거해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