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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도 부산'문화행사, 목포서 배 빌려 치렀다

목포해양문화재硏 소유 전통선 가져와 조선통신사 행사치러

“해양수도 지향하면서 산업만 있고 문화의식은 전무”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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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도’를 자임하는 부산이 정작 해양문화 등 지역 해양자산을 가꾸는 데는 지나치게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이 해양 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해양 경제에만 골몰하는 현 실태를 넘어 지역 해양문화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조선통신사 행사에 사용된 배.


지난달 5~9일, 부산 앞바다에 ‘조선통신사선’이 떴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의 대일 외교 사절인 조선통신사를 왕래시킨 배를 실제에 가깝게 복원한 선박이다. 이 배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크게 활약했다. 옛 통신사 뱃길을 탐방한다는 취지로 용호만~이기대~오륙도 코스로 하루 3회 총 12회를 운영했는데, 온라인으로 승선 신청을 받은 지 1분 30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행사의 취지나 통신사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이 배가 이번 축제의 핵심임이 명백했다.

옛 통신사는 한양에서 육로로 부산에 이른 뒤 항해를 시작했다. 해로를 낀 장거리 코스인 만큼, 선박 건조에도 당대 최고의 기술이 동원됐다. 배는 200년간 총 12회, 수행원 300~500명을 6척에 태운 뒤 대마도를 지나 시모노세키, 가마가리를 넘어 오사카까지 항해했다. 오늘날에도 한일 관계를 푸는 문화 외교 수단이자 우리 해양사의 중대 자산으로 손꼽힌다. 통신사의 항해가 시작된 부산에 갖는 의미 역시 남다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 동원된 조선통신사선은 ‘부산 배’가 아니다. 목포에서 온 선박이다. 전남 목포시 소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복원해 소유 중이다. 부산에 자리한 해양 관련 기관에는 축제에 투입할 수준의 상징성을 지닌 전통선이 전무하다. 행사를 주관한 부산문화재단이나 영도구에 자리한 국립해양박물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배가 목포항을 떠나 1박 2일의 항해에 걸쳐 부산항으로 원정한 이유다.

복원선의 용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소는 배 내부에 선상박물관을 꾸려 조선통신사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매주 수·토요일에는 지역민을 태우고 목포항 일대를 항해하며 해양유적지와 문화유산을 탐방한다. 지난 20~22일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 남·서해 일대 섬을 관찰해 기록으로 남긴 ‘고려도경’ 속 항로를 탐사하며 900년 전 수수께끼를 직접 풀고자 했다. 이 배를 통해 지역 해양자산 확보에 나선 셈이다. 자연스레 ‘항구도시 목포’의 위상도 공고해진다.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은 정작 해양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자칭 해양수도 부산에는 해양 산업만 있고 문화는 없다. 이래서는 바다로부터 부산의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얻지 못한다. 조선통신사선은 이런 부산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며 “지역 해양세력을 키울 자산을 꾸리는 데 무관심하니 이웃 도시의 도움이 없으면 부산 행사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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