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 지방선거 이후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서울정치 예속에서 벗어나 지역 자치 본연의 역할을 살리려면 정당공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는 한편, 선거 ‘흥행 요소’ 중 하나인 양당 경쟁이 사라지면 지선 자체의 주목도가 떨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주장하는 부산 시민사회 관계자들. 국제신문 DB

1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두관(경남 양산을) 의원 등 10인은 최근 기초의회의 완전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유권자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되고 승자 독식과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현행 선거 구조를 고치려면 정당 의석의 득표 비례에 기반한 의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구 구조를 없애고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금의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손보자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양당의 독주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현행 중대선거구제에서 같은 정당 소속의 복수 출마자는 기호 ‘가’ ‘나’ 등으로 구분한다. ‘가’ 기호 후보자가 ‘나’ 후보자보다 우선하는 느낌을 주는 덕분에, ‘가’ 기호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돌풍 속에서도 상당수 생환했다. 부산만 해도 지난 지방선거 때 거대 양당 소속 후보자를 제외한 당선자는 무소속 1명에 그쳤다. 지금의 선거 제도가 양당의 공생에 도움을 줬지만 진보정당 등 제3정당의 원내 진입을 이끌진 못했다.

아예 정당공천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법안도 여러 번 발의됐다. 이 제도가 지역 자치를 서울 정치에 예속시켜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발의안은 매번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되는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즉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지역 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현행 구도를 구태여 직접 손댈 필요가 없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방의회가 1991년 부활했을 때 기초의원은 무보수 무보직 무정당이었다. 그러다 2006년 제4회 지선 때부터 기초의원 유급제,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정당공천제가 생겼다. 풀뿌리 정치 참여를 북돋고 기초의원의 책임과 자질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제도 도입 이후 기초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는 오히려 감소세다. 부산의 역대 선거 과정을 살펴보면 제3회 지선 때 출마한 후보는 420명이다. 제도가 도입된 제4회 때 485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제5회 311명 ▷제6회 356명 ▷제7회 322명으로 다시 줄었다. 일찍이 판세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 제8회 지선 때는 후보자가 238명에 그쳤다. 정당 공천 결과가 곧 당선과 다름없어 일찌감치 출마를 접은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지선에서 낙선한 A 씨는 “지역 주민 민원 청취와 해결이 기초의원 본연의 역할이다. 지금은 정당 조직망의 강화 수단으로 쓰인다. 정당 최하부 조직원으로서 일할 뿐 주민을 위해 일하는 건 기대하지 못한다”며 “정당 의석에 비례한 선거도 결국은 제3정당에는 한 석조차 주어지기 어렵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당공천제와 같은 양당 경쟁 등 ‘흥행 요소’가 없다면 지선 참여 자체가 크게 떨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역 A 정당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 확대나 비례성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원외정당이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이 맞다. 지선에서 정당이 배제되면 다른 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그 특성상 참여 자체가 저조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