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의 일반 유치원을 다니는 최인경(가명·6) 양. 최 양은 이곳 원생 54명 중 유일한 발달장애인이다. 이 유치원엔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급이 없다. 당연히 특수교사도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최 양 어머니 A(43) 씨는 이 유치원 원장에게 여러 차례 사정해 아이를 취학시켰다. 물론 A 씨도 장애아 전문이나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도저히 자리가 나지 않았다. 1년 이상을 대기해도 자녀보다 중증도가 심한 아이에게 먼저 기회가 갈 터였다.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도 상황은 같았다. 일반 유치원이라도 구하지 않으면 아이가 보육 방치 상태에 놓일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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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한 발달장애아동.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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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부산시교육청에서 주 3회 순회 특수교사를 배정해준 덕에 유치원을 설득할 수 있었다”며 “일반 유치원 대부분은 장애아가 다른 아이들의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 비장애 아동과 발달 정도가 갈리는 만 5세 학급이 가장 심하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취학 경쟁이 심해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었다”고 말했다.
13일 보건복지부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모두 16곳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니는 장애통합 어린이집은 64곳이다. 교육시설인 유치원 중에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곳이 39곳이며, 장애아 전문은 하나도 없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의 보육 과정에 더해 언어·작업·놀이치료 등의 전문 치료를 제공한다. 또 보육교사 1명이 담당하는 원아도 2,3명 수준이라 밀착 관리된다. 모든 장애아에게 전문 어린이집이 필요한 건 아니다. 사회성을 기르는 데는 장애통합어린이집이 더 알맞을 수 있다. 다만 비장애 아동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지는 걸 피하기는 어렵다. 아이는 종종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애통합 대신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문제는 시설 수다. 수치상으론 지역 16개 구·군별로 평균 1개가 있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전문 어린이집이 하나도 없는 지역이 4곳에 이른다. 강서구 동구 영도구 서구가 해당한다. 북구(3곳)와 남·수영구(2곳)에만 복수의 어린이집이 갖춰진 상태다. 연장 보육(오후 4시~오후 7시30분)이 이뤄지는 것도 2곳뿐이다.
장애아 대부분은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정신지체)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의 만 0~6세 등록 발달장애인은 모두 486명이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전체 정원(602명) 내에 있지만, 실수요는 정원을 크게 웃돈다. 실제 취학은 장애 진단 없이 의사의 소견서만으로 가능해서다. 이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은 입학대기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대부분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상황이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저출산으로 유아 수가 점차 줄어드는 데다, 사상구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보조금 횡령 사건(국제신문 13일 자 9면 보도)처럼 어린이집의 잘못으로 시설이 폐쇄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학부모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건 통원 거리를 둘째치더라도, 재취학이 쉽지 않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의 국공립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연제구 ‘곰두리어린이집’ 한 곳에 불과하다. 전국도 처지가 비슷해 서울 역시 국공립은 4곳에 그친다. 부산장애인부모회 도우경 회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한편 유치원도 장애인 전문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몇 해 전부터 요청해오고 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확충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부산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속해서 추진해왔지만, 장애인 관련 시설은 기피 시설처럼 취급돼 신규 설치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 관계자는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36명 규모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며 “도시 기반이 형성된 지역에 신규 시설는 지역민과의 갈등 때문에 어렵겠지만, 새롭게 도시가 형성되는 지역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