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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NIE] ‘헌책방 골목’ 미군 만화책이 인기만점이었대요

헌책방에 숨어있는 우리나라 현대사-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 이야기

(국제신문 5월 13일 자 1면 참조)

  • 박선미 대표김정덕 NIE 강사
  •  |   입력 : 2022-06-06 20:01:5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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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때 형성된 문화공간
- 70년 역사 품은 현·근대유산
- 발길 줄고 재개발 위기 속
- 상인·주민·학생 보존 앞장

70년 역사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그 중앙에 위치한 건물이 철거되고 오피스텔로 지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보수동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책방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인들과 주민, 학생들이 힘을 모아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년 만에 오피스텔 건립이 취소되고, 상생형 공간으로 리모델링 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늘은 국내 유일의 헌책방 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를 통해 부산의 근대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헌책방이 몰려 있는 70년 역사의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모습. 국제신문DB
■전쟁통에도 문자 살아있던 골목길

한국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 정부의 임시수도였다.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국제시장 인근에서 삶터를 잡기 시작했고, 보수동 골목길에는 전국 팔도 사투리가 가득했다. 전쟁이라는 난리통 속에서 목숨과 끼니를 부지하는 것만도 버거웠던 상황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문자에 대한 목마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과 자본이 집중된 보수동 골목길에 책방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피란을 온 송정린 씨 부부가 운영한 ‘보문서점’이 그 시초였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전쟁통에 제대로 된 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을 당시, 이곳에서는 독특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미군부대에서 들여온 만화책을 일일이 오려 붙인 뒤 번역을 해 빌려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만화방과 같은 형태였지만, 책이 귀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손으로 만든 조악한 만화책은 그야말로 인기만점이었다고 한다.

이 때부터 헌 책을 모아 파는 상인들이 이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사과궤짝이나 상자를 깔고 책을 파는 거리가 형성됐다. 마침 인근에 천막을 치고 수업을 하는 간이학교가 생기자, 보수동 골목길을 오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도 서점들의 효자 상품이 됐다.

“보수동에 가면 없는 책이 없다”는 입소문은 빠르게 번져나갔고, 1960년대부터는 부산 사람들에게 ‘보수동 책방골목’이 아예 고유명사가 돼버렸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교과서와 참고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전성기도 있었다.

하지만 중구의 상권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보수동은 점차 원도심(도시의 오래된 중심부분)화 돼갔다. 보수동 인근에 밀집됐던 행정기관과 금융기관, 상권이 이전을 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적유통망이 확산되면서 헌 책을 찾는 소비자들도 빠르게 사라졌다. 다들 보수동의 전성기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국제신문 5월 13일 자 1면.
■보수동 책방골목의 재도약

하지만 보수동 책방골목 상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국에서 유일한 헌 책방 밀집 상권이라는 점은 시의성과 상품성에서는 뒤지지만, 새로운 문화상품으로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다고 판단했다. 2005년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행사가 개최되면서 새로운 보수동의 전성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도서 무료 교환, 고서 전시회, 음악회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들이 펼쳐지면서 헌책방 골목이 문화 공간으로 변해 갔다. 2014년에는 부산시 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지역명소로서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한 보수동 책방골목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것은 재개발 바람이 불었기 때문. 골목길의 터줏대감들이었던 상인들이 고령화되고, 상가건물들이 노후화되자 문을 닫는 서점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골목길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상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한 가운데 오피스텔 대신 지역상권-건물 상생형 공간이 조성된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게 다가온다.

반 세기를 넘어서는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보수동 책방골목에 재개발 바람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부산시와 중구, 골목시장 번영회 상인들의 보존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이번의 상생형 공간 조성으로 나타남에 따라 부산 시민의 응원과 참여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을 넘어 한국 현대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다. 부동산 가치보다 더 큰 가치가 골목길 곳곳에 간직돼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해볼 점

보수동 책방골목은 왜 보존돼야 하는 걸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간의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봅시다.

- 보수동 책방골목의 기원

- 보수동 책방골목의 변천사

- 앞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이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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