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주 노동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이나 연차유급휴가·퇴직금 등을 누릴 수 없어 10만 명가량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국제신문 DB

부산노동권익센터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센터는 전국에서 150만 명 이상의 초단시간 노동자가 확인되는 가운데 특히 부산은 그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2000년 부산의 초단시간 노동자 수는 2만8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만5000명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센터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난 건 노동자 본인의 의지가 아닌 사업주의 강요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사업주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쪼갠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초단시간 노동자 증가에 영향을 줬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임시직노동자 70.7%가 부업을 하게 된 이유로 “주업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노동시간 주 18시간 이하 노동자의 43.8%는 “노동시간이 현재보다 더 많으면 좋겠음”이라고 응답했다.

초단시간 고용은 서비스산업·비정규직·여성노동자·청년·고령노동자 층에서 더 흔하다. 이들은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을 받을 수 없다. 실직 후 실업수당도 신청하지 못한다. 4대 보험 중 산재보험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휴·연차수당 지급, 퇴직금(급여), 고용보험 적용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했다.

해외에서는 노동자에게 최소생활이 가능하도록 노동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 민주노조(CFDT)는 1주 22시간 이상의 최소노동시간계약제를, 영국 생활임금재단은 15시간 이상의 최소생활 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센터는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생활임금조례에서 한 발 더 나가 최소생활 노동시간 정책를 추진하는 등 최소생활 임금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