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소방공무원 근무 형태의 변경이 추진된다. 2개조가 낮과 밤으로 나눴던 근무를 1개조가 맡게 되면서 24시간 근무에 따른 소방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지 못하면 24시간 근무는 자칫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상구 모덕로 화학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소방본부는 1일부터 4개월간 3조 1교대 근무 형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고 31일 밝혔다. 절반은 새로운 근무 형태인 3조 1교대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기존 근무 형태인 3조 2교대를 유지한다. 먼저 본부 낙동강수구대를 비롯해 중부·부산진 ·북부·사하·항만 소방서가 2개월간 먼저 3조 1교대를 시행한다.

3조 2교대는 1팀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근무를 서면 2팀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를 맡는다. 3팀은 휴무로 3일에 한 번꼴로 쉬는 형태다. 이것을 3조 1교대로 변경한다. 1팀이 당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한 뒤 비번과 휴무를 가지는 것으로 근무 시간은 같지만, 연속으로 쉬는 형태다. 밤낮으로 뒤섞인 근무로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한 근무 형태다.

소방공무원 근무 개선 요구에 따른 선택으로 대구·대전·광주·울산·창원·세종소방본부는 지난 5월 시범 운영에 돌입했고, 부산과 인천은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24시간 근무에 대한 소방력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20시간 이상 근무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밤을 새워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음 날 아침 시간대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시간대에 출근길 교통사고 등 분초를 다투는 응급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야간에 별다른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면 다행이지만, 응급 사고는 언제 몰릴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이영주 (소방방재학과)교수도 “이틀 동안 충분히 쉰다고 하더라도 곱하기 근무는 부담감이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응급 상황을 소화하려면 불필요한 출동을 줄이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방은 노동 강도를 분산하기 위해 불필요한 응급 출동을 줄일 방침이다. 신고·접수 단계에서 주취자 폭행 우려 시 구급차와 같이 출동하던 펌뷸런스(소방차)를 3㎞ 내외 구급차 부재 시에 출동하는 형태로 바꾼다. 또 단순 치통 환자, 단순 감기 환자 등에 대한 구급 요청도 거절한다.

당일 현장활동이 많으면 기존 3조 2교대 형태 전환하고, 화재 대응단계 발령이 나면 비번 조가 비상소집 되는 등 대체 근무 방안도 마련했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경찰에서 운영하는 4조 2교대(주야 각각 12시간 근무 후 비번 휴무)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 인력 구조상 3조 1교대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내부에서도 24시간 근무에는 찬반 의견 엇갈리고 있다. 시범 운영을 통해 위급 상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점을 찾아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