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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5>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 ; 그 날을 위하여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5-23 19:55: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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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은? 금은 1g에 몇만 원밖에 안 한다. 3.75g인 금 한 돈은 30만 원 정도다. 1위는 원자번호 118번 오가네손(Og)이다. 1g에 4800자 원이란다. 만-억-조-경-해-자 순으로 0이 네 개씩 붙으며 숫자가 커지는데 이건 도대체 도무지 상상조차 안 된다. 이 세상 온 세계 모든 것들의 가격을 다 합쳐도 못살 초거대 금액이다. 1위와 격차가 큰 2위도 만만치는 않다. 대한민국의 1년 국내총생산인 GDP는 2000조 원 남짓이다. 1경 원의 5분의 1 정도다. 미국의 GDP는 2경5000조 원 정도다. 그런데 1g에 7경 원이라니? 물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아니다. 단지 이 물질 1g 만들 때 들어가는 온갖 비용들을 추산했더니 그런 금액이 된다는 다분히 억지스러운 비현실적 추정이다.

물질과 반대인 반물질일지 모를 우주 암흑물질.
그렇게나 비싼 물질이 바로 반물질(Anti-matter)이다. 거대한 실험장치에서 만든다. 가장 간단한 반(反)물질인 반수소 1g을 만들려면 아보가르도 숫자(6×10²³)만큼 만들어야 한다. 0이 23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런데 입자가속기와 같은 거대한 실험장치에서 1년에 만들 수 있는 반입자 개수는 기껏해야 10조 개란다. 0이 12개 밖에 없는 적은 숫자다. 그런 속도로 만든다면 수백만 년 동안 실험장치를 돌려야 한단다. 그러니 1g에 7경 원이라는 초현실적 금액이 나오는 거다.

인간은 아무 영양가 없는 이따위 비현실적이며 초현실적인 것들을 왜 만들려고 나대며 설칠까?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단지 그냥 알고 싶어서다. 무시할 수 없는 호기심이다. 반물질의 존재를 처음 알았던 과학자는 디랙(Paul Dirac 1902~1984)이었다. 그는 27세 때인 1928년에 상대론적이면서 양자론적 파동방정식인 디랙 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는 이 방정식으로부터 양전자의 존재를 예측했다. 전자가 플러스 전하를 가지다니? 그래서 반전자(antielectron)다. 양전자(positron)라고도 부른다. 결국 -전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물질과 정반대로 반물질은 +전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실험으로 만들 수 있고 우주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니 그 존재를 엄연히 인정받은 반물질이다.

빅뱅 이후 지구 및 태양을 비롯한 별에는 물질만 남았다. 반물질은 드넓은 우주로 가버렸다. 반물질로 인한 반중력 때문에 우주는 팽창하는 걸까? 반물질이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된 건 아닐까? 우주 총질량의 80~90% 정도는 이 미스터리한 것들로 이루어졌다는데… 우주여행을 하게 될 때 이 반물질이나 암흑물질을 에너지로 쓸 날이 올지 모른다. 그리된다면 지금의 쓸데없는(無用) 연구가 앞으로 쓸모있는(有用) 연구가 될 수 있다. 이미 우주 어디에선가 어느 외계 생명체는 반물질로 태어났으며 이들은 반물질과 암흑물질을 이용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그들과의 조우는 될수록 안 하는 게 좋겠다. 서로 만나자마자 뻥하며 쌍소멸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서로에게 더 나은 무언가로 쓱하며 쌍생성 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다. 그 결정적인 날에 어찌 될지 모른다. 그날에 대비해 알기 위해 당장의 쓰잘데 없는 탐구는 이어져야 한다. Useless study must go on! 쇼는 멈추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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