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지난 21일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은 나태주 시인이 최근 한 건설사가 개발보다 상생을 택한 소식을 반기면서도 결국 책방골목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나태주 시인의 강연을 들은 시민은 책방골목의 소멸을 막고 발전시키자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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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오후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에서 열린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 포럼’에서 나태주 시인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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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책방골목 내 우리글방에서는 각계 전문가와 책방 상인, 시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 포럼’이 열기를 뿜었다. 지난 6일 출범한 보수동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 포럼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첫 포럼으로 나태주 시인의 강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우리글방 등 책방 3곳이 포함된 상가 건물주가 상생을 위해 오피스텔 건립을 포기하고 리모델링(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1면 보도)을 하기로 한 이후에 열려 책방골목 보존과 미래에 대한 희망찬 발언들이 쏟아졌다.
희소식을 듣고 책방골목을 찾은 이해인 수녀는 “책방골목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왔다. 좋은 소식을 듣게 돼서 기쁘고, 통 큰 결정을 해준 건물주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나태주 시인은 “수녀님의 기도가 책방골목에 좋은 기운을 준 것 같다. 건강을 위해 기도를 조금만 했으면 좋겠는데, 책방골목을 위한 기도는 계속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강연 중에도 책방골목 보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 시인은 “과거에는 공주 시내에 헌책방이 많았는데, 그때 헌책을 사서 시를 베껴 쓰면서 공부했다”면서 “갈 곳을 잃고 버려지는 헌책들을 보면 섭섭한 마음이 크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 시인은 지역주민의 사랑과 관심을 주문했다. 그는 “내가 사는 마을에 큰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들이 공원을 만들려고 벤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말하는 주민이 없었다. 그렇게 나무가 사라졌고, 주민은 뒤늦게 후회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야 한다. 한 명보다 두 명, 두 명보다 세 명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지역주민이 힘을 모아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아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장은 “많은 시민이 책방골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책방 상인들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예정된 강연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길 만큼 책방골목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책방골목 보존을 다짐하며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나 시인은 “새로 쓰는 시집에 책방골목에서 느낀 감동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위원회와 건물주는 책방 건물 리모델링 진행에 대해 논의했다. 김대권 ㈜케이엘디엔씨 대표는 “건물 외관은 책 모양으로 만들고 내부는 책으로 가득 채우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드는데, 아직 금융 지원에 대해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도시재생 지역 내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알아보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