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임대료 인상으로 예술인이 둥지를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 경남 김해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봉리단길과 장유예술촌 등에서도 가시화한다. 오랜 기간 공들여 가꿔온 예술인의 터전이 위협받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장유예술촌 전망대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다. 김해시가 지난해 만든 장유누리길이 지나가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박동필 기자

　9일 김해지역 예술인들에 따르면 김해에도 낙후된 도심 등에 예술촌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며 방문객이 늘어나자 때를 같이해 임대료 상승으로 지역을 떠나는 둥지 내몰림 현상이 현실화한다. 김해지역에는 6년 전 회현동 일대에 봉리단길(봉황대길)이 들어선 이후 대청동 장유예술촌, 장유3동 김해공방마을 등에도 예술촌이 이름을 알렸다.

　봉리단길에는 서양화가 김혜련 작가 등이 둥지를 튼 이후 문화거리로 변모했다. 뒤이어 도예인 화가 공방작가 국악인 등이 활동하는 장유예술촌이 생겼다. 도자기를 빚고, 그림 전시회와 버스킹 공연이 열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을 위로한다. 김해공방마을도 화가 등 40여 명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예술거리를 형성한다.

　하지만 최근 둥지 내몰림 현상이 서서히 가시화하면서 우려가 커진다. 장유예술촌의 A 작가는 “4년 전부터 이곳에서 공방을 운영하는데 최근 건물주가 ‘집을 내놨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집을 보러온 사람들이 불쑥 공방으로 들어오기도 해 불안하다”고 밝혔다. 옆 건물은 지난해 집을 내놨다가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지역이 개발되면서 지가가 오른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봉리단길 작가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7, 8년 전 내외동 김해문화의전당 뒷길에 둥지를 틀었다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근 회현동 일대로 옮기는 등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이들이 옮겨온 이곳은 봉리단길로 불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장유예술촌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해시 등에서 예술인촌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 예술인의 땀으로 명소가 된 되었는데 오히려 예술촌이 해체되고 대형 커피숍 등으로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술촌 앞 공연장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2년 전 김해시가 지었다. 이와 관련 김해시, 김해문화재단 등에서 상반기 중 건물주 예술인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 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봉리단길 예술인 상인이 주축이 된 장유봉황대협동조합의 허은 이사장은 “둥지 내몰림은 봉리단길이 당면한 문제”라며 “늦기 전에 김해시는 정부가 지정한 ‘역사문화도시’ 위상에 걸맞게 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해법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