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 롯데타워 건립을 두고 부산시와 롯데 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시 경관심의위원회가 롯데타워 조성 사업에 대한 경관심의 의결을 보류한 이후에도 강경모드를 유지하면서 추가 경관심의가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롯데쇼핑 제공

시 김광회 도시균형발전실장은 8일 "지난달 경관심의에서 롯데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 여부, 주변과의 조화 등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롯데 측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롯데 측이 지난 10여 년간 보여온 시간끌기식 태도에서 변한 게 없다. 이번 달 경관심의가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달 경관심의위가 열리지 않거나 다시 롯데타워 심의 의결이 무산되면 이번 달 말 사용기간이 끝나는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시는 지난 1월부터 롯데 측이 롯데타워 주 건물에 대한 건립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오는 31일까지인 롯데타워 백화점동, 아쿠아몰동, 엔터테인먼트동에 대한 임시사용승인 시한 연장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롯데 측은 경관심의 보류 때 요청한 추가 자료를 조만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시로부터 요구안을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며 "요구안을 받는 대로 검토한 뒤 이른 시일 내에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시 경관심의위가 매월 열리는 만큼 롯데 측이 이번 달 중순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 심의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심의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 롯데타워의 경관심의위가 열리지 않거나 다시 유보 결정을 받으면 롯데백화점 광복점 사용승인 시한 연장이 불발돼 파장이 예상된다.

롯데 측은 그룹 최고위 관계자가 박형준 시장을 면담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려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시장이 다음 달 1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곧 직무정지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이 롯데 측을 만나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면담 보다는 경관심의위가 요구한 추가자료 제출이 우선”이라며 “이전부터 시의 입장은 부산의 랜드마크를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인 만큼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백화점 사용승인 시한 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롯데타워는 지상 56층(300ｍ), 총면적 5만3299㎡ 규모의 나선형 건축물에 고·중·저층부로 나눠 조성된다. 고층부에는 시가 분관 유치를 추진 중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등을 비롯해 미술관이 들어서고 전망대와 야외 루프트바 등도 계획돼 있다. 중층부에는 스카이라운지 익스트림스포츠 스카이워크 등이 검토되고, 저층부에는 판매시설 실내엑티비티 푸드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