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2021년 임금협상을 놓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다. 회사로부터 업무방해로 고발당한 노조는 즉시 파업 연장 카드로 맞서는 등 한치도 밀리려고 하지 않는 힘겨루기 국면이 펼쳐진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2021년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4일 지역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이어 온 전면·부분파업을 오는 6~1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7일 6시간 파업에 이어 28일부터 4일까지 하루 8시간씩 전면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회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업무방해로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이런 추가 강경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2일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와의 연대투쟁도 선언했다. 조선노연은 2015년 5월 출범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X조선 HJ중공업 등 국내 8개 조선소 노조로 구성됐다. 이날 조선노연은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에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 노사는 40여 일 만에 교섭을 재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는 파업 기간 노조가 울산조선소 내 도로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면서 물류 일부가 막혀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유로 파업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독(dock·선박 건조를 위한 부두 등 항만 설비) 주변 인도와 차도에 농성 천막 20여 개를 설치하고 일부 구간을 조합원 오토바이로 가로막았다”며 “이로 인해 각종 자재와 설비, 제작한 물품 운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선해양사업부와 엔진기계사업부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러 차례 불법행위 중단을 요청했지만 노조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달 28일 노조를 업무방해로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해 8월 30일 2021년 임금협상에 착수했다. 해를 넘겨 지난달 15일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 원, 복지 포인트 30만 원 지급, 해고자 복직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76% 반대로 부결됐다. 부결 이후 노사가 이처럼 극한 대치해 장기화 우려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