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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수거 거부, 지자체는 뒷짐…폐의약품 막 버려진다

부산 약국 다수 “처방한 곳 가라”

  • 최혁규 기자 narrative@kookje.co.kr
  •  |   입력 : 2022-04-24 22:00:1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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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개 구·군 중 조례 마련 5곳뿐
- 시민, 일반 쓰레기로 배출 일쑤
- 환경오염·생태계 교란 등 우려

복용 후 남은 약 수거를 거부하는 약국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의약품은 화학합성물이라 그냥 버리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약국에 비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이 텅 비어 있다. 최혁규 기자
24일 직장인 A(27·사하구) 씨는 코로나 완치 후 남은 약을 처리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남은 약을 버리려고 집 근처 약국에 갔지만 약국에선 ‘처방 받은 곳이 아니라 곤란하다’며 수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약을 버리기 위해 처방받은 약국까지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고 시간도 안 났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종량제 봉투에 약을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국제신문이 지난 24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일대 약국 8곳을 돌며 폐의약품 수거 현황을 확인한 결과 8곳 중 3개 약국이 수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거를 거부한 약국은 “구입한 약국에다 버리라”고 하거나 “보건소에 갖다 줘라”는 반응이었다.

화학합성물인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건 불법이다. 폐의약품은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거나 변기에 버리면 하수와 토양으로 화학물질이 흘러들어 환경 오염과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7년 환경부는 폐의약품을 폐기물관리법상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규정했다. 폐의약품을 생활폐기물과 분리해 수거·소각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생활계 유해폐기물 수집·운반·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각 지자체가 부담하고,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은 약국 보건소로 배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환경부 지침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규정이 아닌 탓에 일선 약국이 폐의약품 수거를 거부하더라도 마땅히 강제할 방안이 없다. 심지어 일부 보건소도 폐의약품 수거에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폐의약품은 보건소 업무와는 관계없다. 조례를 마련해 지자체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폐기물관리법 생활계 유해폐기물의 적정 처리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폐의약품 관리 실태는 각양각색이다. 부산 16개 구·군 중 폐의약품 처리 관련해 지자체가 조례안을 마련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또한 사상구 북구 영도구 사하구 강서구 기장군은 구·군 내 2020년 폐의약품 소각량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소각장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의 성질과 상태를 분석을 한 결과 의약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외로 많은 시민이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을 알게 돼 놀랐다”며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 폐의약품 조례를 만들고 홍보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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