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시내·마을버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해 부산 시민의 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임금 인상과 성과상여금 통상임금 반영을 요구하는 노조와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심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측이 맞서고 있다.

부산 연제구의 한 버스회사 차고지에 정차된 버스들. 국제신문 DB

20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부산지역버스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5292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97.5%가 파업을 찬성했다. 노조는 21일과 25일에 열리는 조정 회의 때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26일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버스 대란이 벌어져 출·퇴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8.5% 임금 인상과 성과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물가는 계속 오르고 지난 3년간 임금은 동결됐다. 조합원의 생계를 위한 요구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 측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승객 감소로 운송수익금이 크게 줄어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운송수익금이 2019년 수익금에 75% 수준이다. 버스준공영제로 시로부터 부족한 금액을 지원받고 있지만, 예산에 한계가 있어 사업자가 빚을 내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과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두고 양측 갈등은 더욱 첨예하다. 퇴직 노조원 65명이 지난해 10월 조합을 상대로 낸 상여금 등 지급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를 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판결 결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다. 그런데도 성과상여금과 함께 목욕권, 컵라면 지급 등 복지 혜택도 없애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노조가 단체교섭으로 정한 내용을 무시하고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성과상여금은 없애려 한다. 복지 혜택은 합의를 통해 변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 노조와 조합은 오는 21일과 25일 두 차례 부산지방노동위원회(부산지노위) 조정 회의에 참석한다. 조합 관계자는 “서로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파업을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쟁의조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긴급 수송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