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강장-전동차 간격 10㎝ 초과
- 환승역 포함 10곳 ‘이동권 침해’
- 시각장애인 발빠짐 사고도 빈번
모든 장애인이 아무런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부산도시철도가 실제로는 곳곳에 지뢰처럼 깔린 연단간격(플랫폼-전동차 간 틈) 등으로 장애인의 실질적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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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연산역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김승일 장애인 활동가가 전동차 탑승을 위해 플랫폼과 전동차 간의 틈을 지나려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19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114개 역사의 ‘1역사 1동선’(지상에서 승강장까지 교통약자가 타인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 확보율은 100%에 이른다. 그러나 부산지역 장애계는 도시철도 환승 구간이나 연단간격 등의 문제로 ‘100%이동권 보장’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활동가 김승일(42) 씨와 도시철도 2호선 개금역에서 출발해 서면역·연산역 환승 구간 등을 동행 점검했다. 이날 낮 12시 개금역을 출발할 때까진 순탄했다. 하지만 환승역이자 승객이 많은 서면역과 연산역에 내리자 곧장 난관에 부딪혔다. 두 역 모두 연단간격이 넓어 휠체어 바퀴가 틈새로 빠질 우려가 컸다. 서면역의 연단간격은 평균 11.3㎝, 연산역은 10.95㎝에 이른다. 이날 김 활동가는 서면역 4-2 플랫폼, 연산역 1-2 플랫폼에서 탑승하던 도중 바퀴가 끼어 도움을 받아야 했다.
추락을 피하려면 하차할 때 휠체어의 속도를 높여 턱을 뛰어넘다시피 해야 했다. 김 활동가는 “이곳에 하차할 때는 속도를 내야 하다 보니 사람과 부딪힌 적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도시철도 114개 역사 중 연단간격이 10㎝를 초과하는 역은 서면역과 연산역을 포함해 모두 10곳(9%)이다. 도시철도건설규칙은 차량과 승강장 연단 사이 10㎝가 넘으면 안전발판 등 승객의 실족사고를 방지하는 설비를 갖추도록 규정한다. 다만 2004년 이전에 지어졌거나, 착공에 들어간 역은 실족사고 방지 설비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단간격 기준 미충족 10개 역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역사가 2호선 부산대양산캠퍼스역인데, 이곳의 착공일은 2001년 12월 21일로 10개 역사 모두 설비 설치 의무가 없다. 실족 방지 설비인 ▷발빠짐 안내 방송 ▷하부 LED 점멸 경광등 ▷고무 안전 발판 ▷자동안전발판이 모두 설치된 건 1호선 서면역뿐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에게도 넓은 연단간격은 위험하다. 지난달 연산역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연단간격 20㎝ 남짓한 승강장에 발이 빠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같은 발빠짐 사고는 지난해에만 19건 접수됐다.
이마저도 도시철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29%(2517대 중 730대)에 불과한 시내버스는 탑승 만으로도 큰 불편이 따른다. 김 활동가는 “출퇴근 시간엔 운 좋게 저상버스를 만나더라도 탑승하기가 꺼려진다”며 “장애인 이동권은 역세권 인근에 한정될 뿐”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수치 개선’보다는 종합적인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이주은 관장은 “이동권 향상을 위해서는 시설 환경 자체를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수치’를 높이는 것보다 장애인의 실질적 이동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배리어프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