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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피란수도 부산…1023일간의 이야기 <3> 발췌개헌안 통과현장, 무덕전

6·25때 무술연마장으로 옮긴 국회…폭력 얼룩져 어두운 정치사 오명

  •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  |   입력 : 2022-04-05 19:16:5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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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 무술교육·시합하던 공간
- 피란 시절 국회의사당으로 사용

- 의원들이 대통령 직접 뽑던 시기
- 여론 안좋던 이승만 직선제 강행
- 반대파들 감금·연행 등 탄압하며
- 헌정사 첫 개헌 강제로 통과시켜

- 폭력단 포위 등 여러 수난사 간직
- 2004년 대학건물 지으며 사라져

예전에 경남도청 옆에는 무덕전(武德殿 또는 상무관(尙武 館))이란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의 동아대 국제대학 건물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다. 2004년 이 건물을 철거할 때 역사적 장소이므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무덕전은 피란수도 시절 국회의사당 건물로 활용된 만큼 임시수도 국회사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다. 국회는 광복동의 문화극장과 부산극장 등 비교적 넓은 극장을 임시의사당으로 쓰다가 경남도청 내 무덕전으로 이전하였다.
일제강점기 엽서 속의 경상남도 무덕전. 건물 완공 1년 뒤인 1939년(쇼와 14년) 당시의 모습이다. 이 엽서 아래쪽에는 ‘진해만 요새사령부’의 검열을 받았다는 내용이 보인다. 부산박물관 제공
1938년 지어진 무덕전은 경남도청의 부속시설이었다. 지붕이 으리으리하고 중앙의 현관(시키다이·式台)이 돋보이는 일본식 건물이었다. 건축 당시 무덕전의 공사비는 8만 원으로, 많은 액수였다고 한다. 공사비는 경남도가 아닌, 전력회사이던 남선전기가 지역사회 기부 차원에서 부담했다. 일제 강점기 무덕전을 관리하던 부서는 경남도 경찰부였다. 무덕전에서는 준공 직후 유도, 검술, 궁술 등의 무예 시합이 열렸으며, 경찰관들에 무술을 가르치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 파란만장한 정치사의 현장

옛 무덕전 자리에 들어선 동아대 부민캠퍼스 국제관. 한국전쟁기 임시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었던 무덕전은 부산정치파동에 따른 발췌개헌안이 통과됐던 역사의 현장이었지만, 2004년 철거됐다.
피란 시절 무덕전은 우리나라 국회사에서 지나칠 수 없는 장소다. 남한에서 단독으로 치러진 1948년 5월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최초로 선출되었다. 이들로 ‘제헌국회’가 구성되었다. 여기에서 통과된 제헌헌법은 겉으로는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회에서 대통령과 부 대통령을 선출하는 식이었다.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방식이었다. 1950년 5월 제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는 제헌국회의원 선거 당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대거 참여하였다. 결국, 무소속 126명, 친여 세력 24명 등 총 210 명이 선출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제2대 국회는 한국전쟁 직전인 6월 19일 개회해 신익희(민주국민당)를 국회의장, 장택상(무소속)과 조봉암(대한국민당)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하였다.

하지만 곧 한국전쟁이 터지고 국회의 수난사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하지 않고 임시천도를 결정하였으며, 6월 28일 갑자기 한강 인도교를 폭파시켰다. 국회의원 상당수는 정부의 말을 믿고 서울에 있다가 큰 피해를 보았다. 27명이 납치 및 행방불명되었고, 8명이 사망해 의원 재적 수가 175명으로 줄었다. 국회의사당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다. 서울의 중앙청을 의사당으로 사용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구의 문화극장, 부산의 문화극장으로 옮겨 다녔다. 서울 수복 후에는 잠시 중앙청에 있다가 태평로의 부민관으로 이전하였다. 하지만 1·4후퇴로 다시 남하하여 부산극장에 자리 잡았다. 이후 경남 도청 내 무덕전으로 이전한 때는 1951년 6월이었다.

■ 부산정치파동의 전개과정

무덕전을 관리했던 경남경찰국은 행사와 집회 장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무덕전을 수리하였으나, 갑자기 국회의사당이 입주하게 되자 어리둥절하였다. 국회의사당이 무덕전으로 이전하면서 얼마 전 경남도청에서 옮겨 왔던 도지사와 경찰국장은 다시 의장과 부의장에 방을 내주는 신세가 되었다. 당시 동아일보(1951.6.19)는 ‘총리와 책임 장관을 불러다 놓고 질문전을 하는 광경은 흡사 연극의 일장면 같았고, (…) 방청객은 관극(觀劇)의 기분이었다’고 썼다. 이 기사에서는 국회가 무술 연습장 무덕전으로 옮겼다고 해서 무술 연습에 열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 기사의 풍자는 현실이 됐다. 이승만 정부와 국회 간 큰 싸움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 전쟁 초기 대응 실패로 이승만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다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는 상황. 1952년 1월 이승만 정부는 국회에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찬성 19, 반대 142, 기권 1’이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되었다. 여권 성향의 국회의원마저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기를 원했다. 1952년 4월 국회의원 다수는 내각책임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에 합의해 국회에 제출하였다. 대통령직선제에 승부수를 던졌던 이승만 대통령에겐 초법적 조치를 통해 의회 권력을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이 이승만 정부에 호기가 되었다. 1952년 5월 25일 이승만 정부는 공산침투분자를 소탕해야 한다면서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이것이 ‘부산정치파동’의 시작이었다.

■ 이승만의 발췌개헌안 꼼수

계엄사령부는 출근하던 국회의원의 전용버스를 군용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헌병대로 견인해 갔다. 끌려간 국회의원 가운데 12명은 국제공산당과 연루되어 있다는 혐의를 뒤집어썼다. 국회를 초토화한 뒤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직선제와 상하 양원제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발췌개헌안’을 제출하였다.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이승만 정부는 무리수를 두었다. 출석하지 않은 의원들을 연행하고, 구속 의원도 다시 석방해 국회에 몰아넣었다. 정족수 확보를 위하여 이틀간 국회에 감금되었던 국회의원들은 감히 이승만의 절대 권력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결국, 1952년 7월 4일 밤 기립 투표를 하여 166명 중 3명의 기권을 제외한 압도적 찬성으로 제헌 이후 첫 번째 개정 헌법이 공포되었다. 개헌안에 따라 1952년 8월 5일 실시된 제2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75%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 이승만 정부는 데모대를 동원했다. 경남도청과 무덕전 주변에서는 친이승만 세력이 대통령직선제 개헌안 부결 반대 민중대회와 국회의원 소환운동을 벌였다. 발췌개헌안을 제출했을 때도 친이승만 세력은 폭력단을 동원해 무덕전 일대를 포위하고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흑역사라고 해도 국회의사당인 무덕전 일대가 피란수도 정치사의 상징적 장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무덕전은 입법부의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졌던 곳이다. 무덕전은 1951년 6월부터 1953년 8월까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면서 제2대 국회 중 제11회부터 제16회까지의 회기가 개최되었다. 제11회 국회(임시회)에서는 국민방위군 사건 해결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제13회 국회(임시회)에서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번째 개헌인 발췌개헌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각종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급박했던 전투와 피란민 지원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1952년 2월에는 국회도서관이 임시국회의사당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의 국회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도서관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간직한 건물이 허물어진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 극장이 임시국회의사당 역할

피란 시절 문화극장과 부산극장은 무덕전처럼 임시국회의사당으로 활용되었다. 1950년대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 연극 공연 외에도 각종 정당 모임과 정치집회 등이 열렸다. 극장이 정치광장이 되다 보니 여러 사건과 얽히는 경우도 많았다. 무덕전 길 건너편, 지금의 한웅빌딩에는 영남극장이 있었다. 극장 좌석 수 1050석으로 꽤 큰 규모였다. 이 영남극장은 1954년 문을 열어 1977년까지 20여 년 유지되었다. 서구의 대표적인 극장이었던 영남극장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명인·명창대회와 상이군인 합동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영남극장은 개관 직후부터 시련을 겪었다. 1954년 12월 부산지검은 신축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남극장을 압수수색하였고, 영남극장 상무이사와 경리 직원을 뇌물 혐의로 입건하였다. 죄목은 방화벽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를 허가받기 위해서 경남경찰국장, 건설과 직원들에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영남극장의 용도를 보면 이 사건이 정치적 배경과 맞물려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남극장은 1950년대 야당의 정치집회 장소로 주로 이용되었다. 영남극장이 1955년 민주당 경남도당의 결성대회장으로 이용된 이후 꾸준히 민주당 경남도당의 행사장이 되었다. 정부·여당의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정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공동기획 : 부산광역시 서구·국제신문·(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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