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기준 일본의 217배
- 형사소송법 개정 서둘러야
- 전문가 “무고죄 처벌 강화를”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에도 각종 고소·고발로 수사기관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략적 고소·고발로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가 20대 대선을 치르며 상대 후보와 정당 등을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은 100건 남짓으로 추정된다. 두 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은 대장동 의혹과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의혹을 둘러싼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부분이다.
고소·고발은 선거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윤 당선인을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등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 16일에는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가 같은 혐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고소부터 하고 보자’는 법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혐의 성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정략적 판단 때문에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A 씨는 “고소·고발 당한 사람은 형식적으로라도 피의자 신분이 되고 조사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상대를 정치적으로 망신 주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고발을 이용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아예 무고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는 “고소·고발의 남용을 줄이고 공권력의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무고죄를 개정해야 한다. 허위 사실을 신고한 사람은 각 그 죄에 정한 법정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고발 남용 문제는 선거철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 국민대 윤동호(법학부) 교수가 지난해 12월 ‘고소·고발 사건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 인원은 한국이 1172.5명(2018년 기준 )에 달한다. 일본 5.4명의 217배에 해당한다. 과도한 고소·고발은 정작 필요한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5년간 경찰에 접수된 연평균 고소·고발 사건은 약 40만 건인데, 재판까지 이어지는 기소율은 24%에 불과하다. 전체 형사 사건 기소율 56%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고발을 접수해 처리하는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건 처리가 장기화하면서 고소·고발인의 불만도 커지는데, 이는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남구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경찰과 검찰이 범죄 사실 요건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고소·고발을 반려할 수 있고, 그 이유를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꼭 필요한 고소·고발은 가능하도록 반려되더라도 두 차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박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적법한 고소가 아니면 반려할 수 있게 판시했으나 현행법상 명시적 규정이 없어서 실무에 잘 적용이 안 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무차별적인 고소·고발로 인한 억울한 피해를 예방하고, 쓸데없는 수사력 낭비를 막는 동시에 반려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까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구 10만 명당 피고소 인원 |
시기 |
일본 |
한국 |
비율 |
2010년 |
7.3명 |
1068.7명 |
146배 |
2018년 |
5.4명 |
1172.5명 |
217배 |
※자료 : 자료=국민대 법학부 윤동호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