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부산 북구 시랑로에 위치한 경덕주유소(알뜰주유소), 출근길 휘발유를 넣으려는 차들이 쉴틈없이 주유기 3대의 앞뒤를 메웠다. 주유소 대표는 혼자서 잇따라 오는 차량을 빈자리로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이 주유소를 향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산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부쩍 오른 휘발유 가격에 부담을 느낀 시민이 백양대로에서 약 600m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고 있다. 직장인 김모(30대) 씨는 “요즘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다가 인터넷을 통해 이 주유소를 알게 됐다. 직장까지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평소보다 많은 휘발유를 넣었기 때문에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부산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싼 북구 경덕주유소(왼쪽), 가격이 가장 비싼 동구 천일주유소. 김민훈 기자

이날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시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경덕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5원으로 부산지역에서 가장 저렴하다. 반면 동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천일주유소(S-OIL)는 ℓ당 2185원으로 부산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부산지역에 위치한 두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ℓ당 290원이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두 업체 대표는 주유소 위치가 기름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최용환 경덕주유소 대표는 “우리 주유소는 위치적으로 불리하다. 대로변에 있는 주유소에 비해 두 블록 정도 윗길에 있다. 결국 손님이 주유소를 찾게 만들려면 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취재진에게 주유소 탱크 내 기름 보유량을 보여주면서 “가격이 저렴할 때 최대한 많은 양의 휘발유와 경유를 확보하고 유통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국제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주문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변수가 많아 리스크를 안고 영업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국제유가에 따라 정유사가 정한 공급 가격에 유류세 등 세금이 더해지면, 주유소가 여기에 유통비용 및 이윤을 추가해 결정한다. 여기서 최 대표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미리 예측하는 전략으로 주변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셀프주유소로 인건비를 줄이는 등 유통비용으로도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반면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천일주유소는 다른 방향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휘발유를 5만 원 이상 주유하는 고객에게 세차를 무료로 해주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주유소 위치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부둣가가 인접한 데다 영업용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세차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천일주유소는 경덕주유소에 비해 한산한 편이었지만, 주유한 대부분 고객이 세차 서비스를 받았다. 모두 휘발유를 5만 원 이상 주유한 것이다. 직장인 박모(50대) 씨는 “휘발유 가격은 확실히 다른 곳보다 비싸긴 하지만 세차 비용 생각하면 결국 가격 차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올해 1월 초 1500원대까지 떨어졌던 부산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를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로 인해 1900원대를 훌쩍 넘었다. 14일 기준 부산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90원으로 곧 2000원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