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직원을 신규 임차인으로 내세워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한 주차장 운영업자가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임대인 측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을 악용한 사례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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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법원 청사.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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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제6민사부(재판장 박준용 부장판사)는 ‘임차인 A 씨에게 권리금 1억3920만 원을 지급하라’는 1심 결정에 불복해 B 건물관리단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관리단의 패소 부분을 취소했다. A 씨는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A 씨는 2014년 6월부터 보증금 2억 원, 월세는 300만 원에 부산 수영구 한 빌딩 지하 1, 2층을 빌려 주차장을 운영했다. 계약 연장 등을 통해 영업을 지속하던 A 씨는 2019년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C 씨와 주차장 영업에 관한 권리와 시설 일체를 2억5000만 원에 넘긴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런 사실을 관리단에 알렸다.
그러나 관리단이 주차장을 직접 운영하기 위해 C 씨와의 계약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관리단 탓에 권리금을 못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임대차법을 보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음으로써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면 안 된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단, 권리금 감정촉탁 결과에 따라 권리금을 2억5000만 원이 아닌 1억7400만 원으로 판정했다. 또 A 씨가 총 7년 동안 주차장을 영업하며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점 등을 들며 감정 권리금의 80%인 1억392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관리단의 손을 들어줬다. 신규 임차인 C 씨가 주차장을 운영할 만큼 충분한 자금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C 씨가 A 씨에게 고용돼 월 평균 140만 원정도의 비교적 낮은 임금을 받았다는 점 ▷C 씨가 주차장을 운영하려면 2억5000만 원의 권리금과 2억 원 상당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소유 재산이 턱없이 모자란 점 ▷C 씨가 A 씨에게 선금 2500만 원과 중도금 4500만 원을 6번에 나눠 지급했는데 그때마다 A 씨의 계좌에서 같은 금액이 사전에 출금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A 씨가 C 씨와의 계약 체결을 요청하면서 C 씨가 자신의 종업원이라는 사실과 그 급여액을 알리지 않았다. 권리금 계약의 계약금과 중도금이 자신이 준 돈이라는 점도 알리지 않았다”며 “A 씨는 자금력이 없는 C 씨를 내세워 신규 임차인을 허위로 주선했거나 적어도 C 씨와 공모해 그가 재력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관리단 변호를 맡았던 법률사무소 이진 양원호 대표변호사는 “최근 자금이 없는 지인과 짜고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뜯어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권리금 보호 조항을 악용하는 자에게 철퇴를 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