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논란이 인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부산 수영구에 사는 A 양이 가출하자 가족이 경찰에 실종신고 후 직접 찾아 나섰다. 3일 뒤 부산진구 서면에서 20대 초반 남성 4명과 함께 있는 A 양을 발견하고 데려오려 했지만 남성들이 저항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자초지종을 묻자 A 양은 가출 후 남성 4명 가운데 1명이 사귀자고 해 이들과 함께 남구 문현동 한 집에서 2박 3일 동안 지냈다고 답했다.

부산진경찰서 전경. 국제신문 DB

실종아동법 제7조를 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을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보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A 양의 가족은 실종 아동을 데리고 있으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남성 4명이 실종아동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설사 남성들이 A 양이 실종 신고 아동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미성년자를 며칠간 데리고 있으면서 집에 보내려 시도하지 않았고, A 양을 귀가 조치시킬 당시 저항한 점까지 고려해 실종아동법 위반 외에 추가 피해 가능성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A 양의 가족은 지난 14일 부산진경찰서를 방문에 고발장을 접수하려 했다. 하지만 A 양 측에 따르면 접수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정확한 범죄사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가라고 했는데 아이가 가지 않은 것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또 ‘남성 4명 가운데 집주인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고 집주인의 정확한 주소, 연락처 등이 없으면 고소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 양의 외삼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 수사해달라고 경찰서에 간 것인데 정보가 없어 수사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정보를 모르면 피해를 입어도 가만히 있어야 하냐. 고발장이 제대로 접수됐는지도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주인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경찰의 안내에도 지적이 인다. 청소년 단체 틴스토리 박용성 대표는 “숙식을 제공한 집주인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은 실종아동법의 의미와 취지를 굉장히 축소해 해석하려 하는 태도다. 숙박업소에서 지냈다면 업소 주인이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가. 실질적인 ‘보호’ 즉 실제로 데리고 있던 이들을 대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진경찰서 측은 피고소인을 명확히 해 정확한 수사를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진경찰서 실종팀 관계자는 “엉뚱한 사람을 고발하면 무고죄 성립 가능성이 있고 정확한 수사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안내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의 취재 직후 경찰의 추가 안내를 받은 A 양 측은 “수사가 시작된 것은 다행이지만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이를 찾는 과정을 도와준 이들에게 2차 가해 위험성이 있어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