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대병원 등 미달 진료과 속출
- 일부 2차 종합병원은 모집 포기
- 부산 의사 고령화 의료체계 위기
- 의료수가 현실화·인센티브 절실

부산지역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주요 종합병원의 전공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정과 쏠림에다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더해져 이대로 가다간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신문이 16일 지역 상급 및 주요 종합병원 6곳(부산대·양산부산대·동아대·부산백·해운대백·고신대복음병원) 2022년 전공의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은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부산대병원을 뺀 이들 병원의 미달된 진료과목을 보면 소아청소년과(4곳) 흉부외과(3곳) 외과(2곳) 산부인과·신경외과·비뇨의학과·응급의학과·가정의학과·병리학과(1곳) 등이다.

부산대병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총 59명 모집에 62명이 지원했지만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는 미달됐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매년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은 지원자 수가 부족하다. 이들 과는 어려운 수술과 업무 강도 및 시간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다 보니 지역병원의 미달 현상은 이미 만성이 될 정도다”고 말했다.

지역 2차 종합병원의 사정은 더 심하다. 일부 병원은 최근 몇 년간 전공의 모집이 어렵자 아예 전공의를 뽑지 않는다. 전공의 역할을 일반의나 전문의가 맡는다. 부산 한 2차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가정의학과만 전공의와 수련의(인턴)를 모집하고 있다. 나머지는 지원자가 없다 보니 모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신대병원 행정팀 관계자는 “지역 2차 병원들로부터 산부인과나 외과 의사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 병원도 항상 의료진이 부족한 상태라 도와줄 여력이 없다”고 귀띔했다.

전공의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진료과는 필수과목으로 분류되는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이들 과의 ‘후임 없는 의사 고령화’도 큰 문제다. 지역 한 상급종합병원에선 60세 외과 교수가 야간 당직을 서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산진구 한 종합병원의 가장 나이가 적은 외과의가 50대 중반일 정도로 60, 70대 외과의가 흔하다.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현장을 메우고 있는 고령 의사마저 퇴직하면 지역 의료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이유다.

부산의 한 외과전문병원장은 “2년 전에도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수술 중 장폐색이 온 환자 응급수술을 할 외과의가 없어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전원하려다 내가 알게 돼 수술한 적이 있다”며 “정부가 외과 전공의에게 보조금이나 수련기간 단축(4→3년) 등의 혜택을 주지만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경제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으니 결국 중간에 그만둔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과목의 의료수가 현실화와 지역 병원에 머물게 할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시의사회 김보석 총무이사는 “결국 분배의 문제인데 오래 공부하고 노력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전공의나 수련의들이 지역 병원에 오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 2022년도 지역 상급·주요 종합병원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현황 병원명 전체 정원 지원자 수 미달 진료과 고신대복음병원 29 22 흉부외과 병리학과 동아대병원 37 35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부산대병원 59 62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양산부산대병원 49 45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부산백병원 37 33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외과 해운대백병원 30 27 비뇨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자료 : 각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