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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투입한 ‘물 공장’ 6년째 스톱…“세금만 낭비”

애물단지 된 해수담수화 플랜트…부산시 대안찾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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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만 기장주민]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고 하면서 ‘너도 방사능 오염된 것 아니냐’는 정도의 말을 합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바닷가에는 1954억 원을 투입해 만든 ‘물공장’이 있습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플랜트입니다. 2014년 완공된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완공되자 마자 애물단지가 돼 버렸습니다. 6년째 가동을 못한 채 세금만 축내고 있는 상태. 부산시는 ‘물산업 연구단지’나 ‘그린수소 생산기지’로 용도 전환을 고민 중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뉴스레터 ‘뭐라노’가 알아봤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시공한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해외 물 산업 시장을 개척하려는 정부 구상과 낙동강 수질 오염에 대비해 비상 식수원을 확보하려는 부산시 이해가 맞아 추진됐습니다. 하루 최대 4만5000t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생산이 가능합니다. 완공을 앞둔 2014년 12월 뜻밖의 변수가 발생합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11㎞ 떨어진 바닷물을 이용해 만든 수돗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한 겁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와 가까운 부산 기장군 길천 포구 모습. 이세영PD


결국 부산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게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삼중수소 분석을 의뢰합니다. 결과는 ‘안전하다’는 판정. 부산시는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생수병(순수365)에 담아 관공서에 공급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쟁점이 부상합니다. 첫째는 상수도 요금을 내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는 게 맞느냐입니다. 둘째는 안전이 100% 확보되었나. 기장 해수담수화 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물을 받아 마시는 사람의 ‘용수 선택권’을 무시하고 해수담수화 공급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 투장에 나섭니다. 2015년 12월에는 기장군청 점거시위와 초등학생 자녀 등교거부까지 합니다.

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도 2016년 1월 해수담수화 물을 공무원들에게 공급하는 데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두 달 뒤 기장해수담수공급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주도한 수돗물 공급에 관한 찬반투표는 투표율 26.7%로 마무리됐습니다. 주민투표법상 유효 투표율 33.3%는 넘기지 못했으나 해수담수화에 관한 반대여론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해수담수화 공급을 논의하는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성난 기장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고대영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 “우선 바닷물을 수돗물로 공급하려면 그 물을 사용할 수요자의 의사가 제일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해수담수화 시설은 주민과 상의 없이 시작되었어요. 준공 이후에도 기장 지역 수돗물 공급용으로 오히려 불신을 키웠습니다. 또한 식수 대신 공급용수로 공급하려는 정책도 수요처인 기장과 울산 산업단지 의견은 알아보지 않고 일방적 추진을 했어요. 2000억 원짜리 애물단지로 전락한 해수담수화 시설을 활용하려면 무엇보다도 담수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마지막으로 시민 다수가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 수치와 함께 논리를 가지고 시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산시는 이후에도 헛발질을 합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희망하는 가구와 공장에 ‘선별적으로’ 공급한다고 했다가 희망가구가 없자 포기합니다. 2017년 10월에는 수돗물을 공업용수로만 공급한다고 선언했으나 역시 무산됩니다. 이른바 ‘선택적 급수’를 하려면 국토교통부 소유인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부산시가 넘겨받아야 하는데 국토부가 “무상양여는 어렵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공급가격도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해수담수는 하루 최대 생산량인 4만5000t을 생산할 경우 t당 1130원으로 일반 공업용수 단가인 t당 154원에 비해 7.5배나 비쌉니다. 부산시가 2020년 지난 2~5월 기장과 울산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받겠다는 수요는 하루 2만1345t에 그쳤습니다.

이러는 사이 해수담수화 플랜트 운영을 담당하던 두산중공업이 인력을 철수해버립니다. 정부와 부산시가 연간 20억~24억 원이 드는 유지관리비를 예산에 책정하자 않자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부산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화살을 돌립니다.

[김태정 기장주민] “물론 저도 마찬가지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들 원자력에 대한 선입견도 있고, 당연히 안 좋게 생각하죠. 청정지역의 깊은 해수물을 떠서 식수로 해야지 바로 (원전)주변에서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류석만 기장주민] “원자력 폐기물도 나오고 그러는데, 보상도 주고 그러지만 그걸 사람이 먹어서 되겠습니까. (기장) 미역도 동글동글하게 나오고 그러던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 바다. 이세영PD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물 산업 연구를 위한 실증화단지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토 중입니다. 대구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에서는 수행할 수 없는 해수담수 연구과제를 이곳에서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부산시 맑은물 정책과 관계자] “연구용역을 올해 2월에 환경부에서 검토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수 담수화 시설을 지금 용수를 공급을 못 하니까 다양한 방법, 산업 용수로 쓰든지 그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려고 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린수소’ 실증시설 활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의미합니다. 부산연구원 김도관 연구위원은 “해수담수화 시설 전체를 그린수소 생산기지로 쓰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부만 그린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김도관 부산연구원 연구위원] “물을 전기분해 할 때 신재생 에너지로 하면 그게 그린수소 개념인데 그린수소 연구단지를 국비 사업으로 유치를 해서 기존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실증 시설이나 연구 시설로 만들어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6년째 가동하지 못한 기장의 물 공장, 시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뭐라노’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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