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동구가 수정동 일대 공공 문화공간 부지를 두고 서로 다른 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는다. 이 과정에서 시는 이 부지가 시가 추진하는 북항재개발사업에 포함된지도 모르고 매각 승인을 내줬다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여 ‘어설픈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가 동구 수정동 수정로 일대에 조성 계획 중인 ‘수정축’ 사업 조감도. 부산시 제공

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동구가 요청해 지난해 10월 승인한 ‘문화사랑방 공유’(공유)의 매각 요청을 최근 취소했다. 공유는 시비 3억5000만 원을 들여 2016년 지상 3층 규모로 완공됐다. 공유의 소유주는 동구지만 시비로 건립돼 매각 대여 등을 할 때 시의 승인이 필요하다.

동구는 이 부지와 인근 동구문화원 부지를 합친 2732㎡의 대지에 지하 5층·지상 34층 규모의 공공복합주택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구가 사업자에게 이들 부지를 모두 매각하면 사업자는 여기에 1~4층은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해 동구에 제공하고, 5~34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해 임대주택으로 쓰도록 할 예정이다. 동구는 재건축 대상인 동구문화원의 건립비가 들지 않고 공공주택 조성으로 인구 유입이 기대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 사업을 추진했다. 매각이 승인돼 시 건축심의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건축허가를 앞두고 갑자기 시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시가 갑자기 승인을 취소한 이유는 공유 부지가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 계획에 포함된 ‘수정축’ 사업 예정지 안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항 재개발 2단계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오는 6월 발표된다. 수정축은 북항과 산복도로를 연결하는 일종의 통로이자 도심 경관 확보 구간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2025~2030년 수정산 가족체육공원~북항2단계 5부두 친수공간을 잇는 수정로 일대에 너비 40m·길이 692m 녹지공간, 인근 5만2557㎡ 대지에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이처럼 시와 동구가 같은 부지를 두고 ‘동상이몽’ 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동구는 시가 현실성 없는 사업 계획으로 구민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사업을 가로 막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유 매각 승인과 수정축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부산시 창조도시과인데도 이를 모르고 매각을 승인해 사업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이미 승인한 건을 두 달이 지나서 번복한 것만 봐도 실제로 수정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정축 예정지에 수많은 상가와 주택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시는 예타만 통과하면 사업계획고시와 개발허가행위제한 등 사업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시 박재영 창조도시과장은 “매각 승인 번복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 주도로 국가 단위 사업과 연계해 노후한 원도심 환경을 개선할 기회다. 예타 직후 개발허가행위제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원활한 토지 수용을 위해 원주민 설득 및 정착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해명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