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대형마트. 바깥에서 바라본 외벽에 가로 4m, 세로 3m 정도 사각형 구멍이 나무 판넬로 막혀 있었다. 공기 순환 등을 위해 반듯하고 일정 간격으로 뚫어놓은 다른 공간과 달리 엉뚱한 곳에 뚫린 구멍이었다. 구멍은 전날 70대 운전사가 몰던 택시가 5층 지상주차장 외벽과 충돌해 벽돌이 무너지며 생겼다. 지나던 시민마다 외벽을 손으로 가리키며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모(57) 씨 역시 “사고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택시가 어떤 이유로 벽과 충돌했는지는 모르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추락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누구나 같은 일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가 5층 지상주차장 외벽을 뚫고 도로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대형마트의 외벽. 김민정 기자

한 대형마트 지상 주차장에서 택시가 외벽을 뚫고 추락하면서 같은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행 안전 기준이 미흡해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시민 불안감이 커진다.

부산 연제경찰서 등에 따르면 30일 연산동에서 70대 운전사가 몰던 택시가 대형마트 5층 주차장 외벽을 뚫고 도로로 추락한 뒤 반대편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위로 나뒹굴었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사가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택시가 곧바로 신호 대기 차량을 덮쳤으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찰이 확인한 주차장 CCTV에 따르면 택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출입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지만 빠르게 직진해 벽과 정면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강 씨처럼 불안감을 표한다. 택시가 직진한 것과 별개로 충돌로 벽돌로 된 벽이 붕괴돼 추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축허가를 내준 연제구나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마트 건물이 부실시공이나 건축법 위반으로 보이지는 않는 다고 조심스레 입을 모았다. 건축물은 종류에 따라 하중을 견디는 곳은 철근, 콘크리트로 된 내력벽을 세우고 하중이 덜한 곳은 비내력벽으로 세우기 때문이다. 마트는 기둥을 내력벽으로 하고 외벽은 비내력벽인 벽돌과 판넬로 만든 구조다. 연제구 건축과 관계자는 “건물이 무거우면 위험할 수 있고 효율성을 고려해 모든 곳을 내력벽으로 하지 않는다. 구축 아파트 같은 경우 외벽 전체를 내력벽으로 하지만 상가 건물이나 커튼월 공법 건물은 기둥을 내력벽으로 하고 외벽은 덜 단단한 재료로 시공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차장법 현행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2층 이상 건물에 지어지는 주차장에는 2t 차량이 시속 20km로 정면충돌하는 경우도 견딜 수 있는 구조물, 방호 울타리 등 추락방지 시설 정도를 설치하면 된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이환진 공학박사는 “최근 차량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추락방지 시설이 시속 20km 이상을 견딜 수 있게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어진 건물에는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안전 시설물이나 안내문을 붙이는 등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