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생계형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혼자 거주하고 있는 취약계층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부산 중부경찰서 형사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로 변신해 올해도 이들과 함께 쌀 한 포대의 ‘온정’을 나눴다.

산타로 변신한 부산중부경찰서 형사들이 쌀 한 포대를 선물하고 있다. 부산중부서 제공

중부서는 24일 생계형 범죄건수가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부터 3년간 계속 증가했다고 밝혔다. 10만 원 이하의 생계형 범죄 건수는 2019년 전체 절도 발생 건수 대비 36.6%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37.3%로 근소하게 오르더니, 2021년에는 46.8%로 전년 대비 무려 9.5%가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으로 딱한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70대 여성 A 씨는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8000원 짜리 국거리용 쇠고기 한 팩을 훔치다 점원에게 붙잡혔다.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고에 시달렸던 A 씨가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경찰서로 넘겨진 A 씨는 “자신이 왜 그런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담당 형사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주며 A 씨를 위로했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하고 혼자살고 있는 B(70대) 씨는 쇠고기 한 팩을 몰래 들고 나오다 붙잡혔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을 앓고 있는데다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도 쉽게 구하지 못해 삶이 팍팍해졌다. B 씨는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전과도 없어 경미범죄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전과자의 낙인을 모면했다.

독거노인 C(70대) 씨는 아내하고 사별한 뒤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안경이 필요했던 C 씨는 중구 지하상가의 한 안경점에서 5만 원짜리 안경을 훔쳐 도망갔다가 신고를 받은 형사들에게 며칠 뒤 검거됐다. C 씨가 안경을 훔친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생활에 꼭 필요한 안경마저 살 돈이 없었던 것이다.

중구에 거주하는 D(40대) 씨는 2020년 8월 벤치 위에 있던 가방을 훔친 후 검거됐다. D 씨는 단칸방에 홀로 살고 있었고, 일자리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사실 D 씨는 절도 4범의 전과자였다. 중부서 형사들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D 씨에게 쌀 한 포대와 함께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냈다. D 씨는 이후 한 번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형사들의 온정이 재범을 막은 것이다.

중부서는 지난 23, 24일 쌀 10kg 한 포대씩을 생계형 범죄 피의자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받은 쌀은 중부서 형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구매한 것이다. 중부서 오영훈 형사과장은 “생계형 범죄자는 재범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연시를 맞아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고 범죄도 예방하고자 하는 후배 형사들의 따뜻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