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6000억 원대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조합 측에 사실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해야 하는지는 놓고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에서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노조는 환영하는 반면 회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임을 밝혀 여진은 남을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조원 10명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노조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개시됐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4년6개월(2009년 12월∼2014년 5월)치 통상임금 소급분의 총 규모는 4000억 원(노조 추산)에서 6000억 원대(사측 추산)로 추정됐다.
9년 동안 이어진 재판의 쟁점은 ‘신의칙’이다. 통상임금 소급분을 줘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신의칙을 부정해 노동자들의 손을 들었고, 2심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돼 사측이 승소했다. 이날 대법원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 보냄에 따라 2심 재판부에서 다시 ‘파기환송심’을 하게 된다. 정확한 시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반적 관례에 비춰볼 때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사실을 즉각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노조는 “대법이 노조 승소 취지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보고하면서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며 “2012년 12월 28일 10명의 조합원으로 대표소송을 울산지법에 접수한 이후 9년 만에 나온 판결 결과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회사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 입장과 차이가 있다.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입장을 내놨다.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