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풍년으로 쌀 생산량이 늘어났지만, 정작 농민은 쌀값 하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30일 경남지역 농민단체는 쌀 공급 과잉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가격 안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수확량은 399만2000t으로 전년(350만7000t) 대비 10.7%가 증가했다. 이는 1년 소비량인 350만~360만t보다 30만t 이상이 초과 생산된 것이다. 산지 쌀값도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 가격은 20㎏당 5만 3440원으로 책정됐다. 전년 대비 1.0% 내린 가격이다. 정부의 산물벼 수매가 마무리되면 공급 과잉, 소비량 감소 등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도정업자의 산지 쌀 구매 발길도 끊어졌다. 매년 수확기면 민간도정업자들은 원료곡을 사기 위해 산지를 찾지만, 올해는 쌀값 하락을 기다리고 있다.
합천에서 벼농사를 짓는 A 씨는 “쌀값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내년에는 40마지기 벼농사에서 25마지기 정도는 줄일 계획”이라며 “농지임차료 부담에다 영농비가 계속 올라 인건비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농민단체는 지난해 정부가 도입한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즉각적인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보다 3% 이상 초과하면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하는 ‘양곡관리법’을 마련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최종 생산량을 보고 수급안정대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대책을 미루고 있다. 당장 시장격리를 시행하면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경남농민단체는 “60% 농가의 소득 절반 가량이 쌀에서 나오는 만큼 농촌에서 중요한 문제고, 쌀이 무너지면 모든 농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국제 곡물 가격과 국외 물류비 상승으로 나타나는 식료품 가격 상승 원인을 농민에게 뒤집어씌워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