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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1> 성냥과 유황; 유황의 유행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11-29 19:05: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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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란 노래가 있다. 실제로 인천에 성냥공장이 번창했었고 성냥공장이 있었던 동인천역 앞에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이 있다. 나 어릴 적에 성냥은 흔했다. 가령 다방 테이블 위에는 늘 성냥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같은 다방에서 담배피던 시절이다. 처음 발명된 19세기 초에 성냥은 매우 신기한 혁신적 제품이었다. 부싯돌이 소용 없어지고 불씨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인이 칠해져 있는 검붉은 마찰면에 성냥을 그으면 불꽃이 튄다. 그 불꽃이 황이 뭉쳐있는 성냥으로 옮겨 붙어 발화된다. 성냥의 주성분은 황이다. 유황으로도 불린다. 풀네임은 석유황(石硫黃)이다. 석유황을 빨리 발음하니 성냥이 되었다.

성냥의 어원인 석유황 = 유황
성냥하면 성냥불이듯이 유황하면 유황불이다. 구약성경에서 죄악의 도시였던 소돔과 고모라는 유황불이 비같이 내려 멸망했다(창세기 19:24~25). 신약성경에서도 나쁜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진단다(요한계시록 21:8). 노란 가스를 분출하는 화산은 유황불이 타는 곳이다. 그곳에 널린 노란 돌인 석유황을 유황(硫黃)이라고도 부른다. 원소기호 16번으로 산소처럼 최외각 전자가 6개인 원소명으로 말할 때는 그냥 황(Sulfer)이지만 식품이나 약품으로 말할 때는 유황이라 부른다.

황온천보다 유황온천이라 하듯이 황오리보다 유황오리, 식이황보다 식이유황이라 한다. 그런데 황을, 즉 유황을 인간이 직접 먹을 수 있나? 몸에 좋다고 화산에서 채광한 노란 돌을 갈아 물에 타 마시면 죽는다. 농약이나 살충제 원료로도 쓰이는 유황은 불처럼 맹렬한 독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부리가 뾰족해서 자기에게 알맞은 먹이를 선별할 수 있는 닭이 유황을 먹어도 죽는다. 그래서 유황닭은 없다.

그런데 부리가 넙적해서 먹이선별이 안되는 오리는 선천적 해독 능력이 강하다. 대충 아무거나 먹어도 안 죽는다. 그렇다고 오리가 튼튼해지는 건 아니다. 죽지 않을 뿐이지 유황 먹인 오리는 병이 든다. 털이 빠지고 부화도 잘 안 된다. 오리의 품위가 사라진 볼품 없는 ‘약먹은’ 오리가 된다. 그런데 왜 인간에게 인기 있는 유황오리가 될까? 인간의 관점에서 유황오리한테는 독성이 없는 약성 유황이 남아서다. 전문용어로 법제화(法製化)된 유황이 있어서다. 그래서 유황오리는 일반오리보다 상품성이 높다.

동물복지를 운운하는 현대인이 왜 굳이 유황오리를 고를까? 유황오리 몸에 있을 황이 건강에 좋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황이라는 원소가 우리 몸에 없으면 죽는다. 황은 콜라겐이나 케라틴은 물론 주요 효소나 호르몬 등 주요 단백질 형성에 깊이 관여한다. 특히 단백질의 재료인 20개 아미노산들 중에서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은 황이 없으면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관절과 손톱이 약해지며 피부와 머리털이 푸석해진다. 그러니 먹을 수 있는 황이 들어 있는 유황오리를 찾는다. 더 나아가 비타민처럼 약으로 복용하는 식이유황이 상품화 되었으니 MSM(Methyl Sulfonyl Methane)이다. 황(Sulfer)이 주성분인 화합물이다. 건강에 좋다는 것들이 하도 많은 이 시대에 유황이 유행하더니 언제부턴가 MSM까지 가세하였다. 우리 몸에 황이 모자라도 문제요 황이 넘쳐나도 문제다. 적당히 골고루 맛있게 먹고 살면 충분하다. 웬만하면 말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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