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가 건물 누후화와 아동 부족으로 인해 운영난을 겪던 관내 한 국공립어린이집 폐원을 결정하면서 학부모와 보육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학부모에게 인기가 많던 국공립어린이집 마저 아동 수 감소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원하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공립 초장어린이집 지키기 대책위는 23일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학부모는 폐원을 원하지 않으며 어린이집 이전과 함께 아이들이 이전 기간 동안 보육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구에 따르면 서구 초장동에 위치한 초장어린이집 건물은 1977년에 세워져 동사무소로 쓰이다 1997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44년 동안 여러 차례 예산을 투입해 개보수했지만, 더는 아이들 안정상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게다가 서구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관내 인구가 많이 빠지면서 아동수도 현저히 줄어들어 보육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모들은 구의 결정에 황당한 입장이다. 한 학부모는 “가까운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해서 이곳을 선택했는데, 어린아이가 차를 오래 타고 다른 동네 국공립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어린이집은 36명이 다니고 있다.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구청의 말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초장동에는 초장어린이집이 유일한 국공립어린이집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무상보육 형태로 위탁 운영된다. 위탁을 받은 원장은 보육교사 인건비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받고 나머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를 국민행복카드 형태로 들어오는 부모보육료로 충당한다. 문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줄면서 부모보육료도 같이 줄어 운영에 차질을 입게 되는 것이다. 시설이 노후화될수록 운영비 부담은 가중된다. 게다가 등록된 아이가 21명보다 적으면 보조금 마저 못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서구 관내 국공립어린이집 두 곳이 먼저 문을 닫았다. 계약 기간까지 운영을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운영으로 인한 손해가 계속되자 원장들이 버티지 못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내년에는 초장어린이집을 포함해 1곳이 더 문을 닫을 예정이다.

아동 인구의 계속된 감소로 인해 서구 관내 국공립어린이집의 운영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현재 서구 관내 국공립어린이집은 14곳으로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83.3%(정원 729명·현원 607명)이다. 정원을 모두 채운 곳은 단 1곳뿐이다.

다른 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이 70~90% 사이에 16개 구·군 중 13개 구·군(서구 영도구 수영구 기장군 사하구 부산진구 동구 강서구 금정구 사상구 남구 해운대구 북구)이 포함됐다. 중구는 58%로 가장 낮았으며, 90%가 넘는 구는 동래구(94.1%)와 연제구(90.6%)가 이름을 올렸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은주 서구의원은 “아이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사태가 잇따를 것이다”면서 “현 상황에 걸맞는 적절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