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료 넉 달째 밀려 딸도 하소연
- 매달 200만 원 필요… 지원 절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민족과여성역사관이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하는 등 운영난을 겪고 있다. 부산 여성계 대모인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영면(국제신문 지난 1일 자 8면 보도 등)에 들어가면서 역사관 운영이 더욱더 쉽지 않다.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가 운영하는 민족과여성역사관은 오는 30일 역사관 내에서 김 이사장의 마지막 추모제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역사관 측은 이날까지 김 이사장의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역사관의 운영이 계속해서 어려워져 김 이사장이 떠난 빈자리가 더욱 크다.

김 이사장은 2004년 일본군 위안부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역사관을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대를 이어 역사관에 사비를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김 이사장의 딸인 김주현 씨가 최근 역사관 관장으로 부임했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후원금이 5분의 1로 급감해 역사관 운영이 어렵다. 역사관이 들어선 건물 임대료도 못 내 넉 달 정도 밀렸다. 임대료와 전기료 등 매월 200만 원 정도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부산시는 공모를 통해 지난해까지 매년 역사관에 사업비 4300만 원 정도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역사관은 운영비로 이 돈을 쓸 수 없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책 발간과 교육, 홍보 등의 사업에만 예산을 집행해왔다. 수영구도 장애인 일자리 등을 통해 3명의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역사관은 일본 우익단체가 수시로 역사관을 방문해 자료를 훔쳐 가는 등 사건이 잇따르자 ‘관부재판’ 관련 기록 등 1000여 점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운영조차 어려운 탓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김 관장은 “역사관 폐관은 생각한 적 없지만 운영비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 없이는 자료의 디지털 작업 등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시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사단법인에 직접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어 안타까워 했다. 시 최정미 여성권익증진팀장은 “사단법인과 단체 등에는 공모 절차를 통해 사업비만 지원할 수 있어 운영에 도움을 주기 힘들다”며 “다만 역사관 측이 관련 자료를 시에 기부하면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작업 등을 진행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