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보자 신원 보호책 있지만
- 현장 “색출 쉬워 누가 나서겠나”

앞으로 경찰이 내부비리를 신고하면 최대 2000만 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기존 1000만 원에서 배로 늘려 제도 실효성을 높인다는 의도다. 경찰의 문화·업무적 특성상 신고자의 익명성이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2000만 원에 불이익을 감수할 직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위원회는 최근 ‘경찰청 내부비리신고센터 운영 및 신고자 보호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심의·의결했다.

신고포상금을 최대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올린 게 개정안의 골자다. 지금까지는 신고 내용에 따라 최대 1000만 원이 지급됐다. 앞으로는 신고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최대 2000만 원을 준다.

그러나 현장에선 부정적인 반응부터 나온다. 사람의 행동에서 단서를 얻는 업무 특성이나 경찰만의 조직문화 때문에 공익제보자를 찾기 쉽다는 것이다.

제도적 차원의 제보자 신원 보호는 어느 정도 정립됐다. 신고는 경찰서나 지역 경찰청을 거치지 않고 본청으로 바로 접수되며, 제보 내용은 외부인인 시민청문관(변호사)만 열람할 수 있다. 피해 내용을 조사할 때 받는 조서도 피해자의 실명 대신 가명을 쓴다.

그러나 ‘소문이 안 날 리 없다’는 인식이 신고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경찰청이 밝힌 지난해 신고 건수는 53건이다. 올해 역시 지난달 기준 74건에 그친다. 접수된 신고 또한 대부분 사소한 사안이며, 금품수수 등 부패 신고는 저조했다.

신고포상금 2000만 원도 여전히 너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익명성 보장이 어려운데, 조직의 정보를 흘려 ‘찍히는’ 상황을 감내하려면 포상금이 대폭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현대-기아차 엔진 결함 문제를 제기해 오랫동안 법정 공방에 시달렸다가 최근 미국으로부터 신고 보상금 280억 원을 받은 김광호 씨는 한 인터뷰에서 “공익신고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벌 자식 아니면 (신고)하면 안 된다. 본인이 너무 손실이 크고 가족도 같이 피해 본다”며 공익신고를 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라도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보상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2000만 원 받으려고 조직 문제를 말하라면 누가 나서겠나”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