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10개 기초자치단체가 내년부터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인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관공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시민은 “연차라도 써야 하는 것이냐”며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 11일 보도된 국제신문 ‘공무원 점심 챙기느라 주민 외면한 구청장들’ 기사와 SNS 게시물에는 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됐다. 가장 많은 의견은 직장인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점심시간이 유일한데 이마저 불가능하게 된 데에 대한 반감이다. “(점심시간에 안하면) 주말에 일을 하든지 퇴근을 밤 9시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김난투), “점심시간에 민원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Hanbyel Lim), “관공서 가려면 직장인은 반차를 써야 하는 것인가. 온라인으로 출력 못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이지향)며 불만을 표했다. 무인발급기와 온라인을 통해 민원인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와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의 입장에 “무인발급기로 한다면 공무원들이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미스터뉴스), “노인이나 장애인이 오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 안된다. 기계로 대체하면 사람을 줄여라”(샤니)는 반응도 제기됐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남구 대연동 최하린(31) 씨는 “휴무제 소식에 화가 났다. 무인발급기에 지문 인식이 안돼 매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접 갔다 왔는데 이제는 연차를 써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양정동의 김대운(28) 씨는 “분명 기계로 되지 않는 서류 작업이 많았다. 모르는 것이 많아 직원에게 질문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직장에서 눈치를 보며 나와서 해야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여권 발급, 전입 신고 및 확정일자 받기 등은 발급기나 인터넷으로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6개 지자체는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서·남·수영구는 “시간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대했고, 북구·사상구·기장군은 조건부 찬성에 가까운 입장이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고민이 필요하다. 점심시간을 쪼개서 구청을 방문하는 분들은 작은 업체 등에서 근무해 일과 시간에 방문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크다. 점심시간대 구청 방문자를 별도로 조사해 보고 추후 해당 안건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동래·금정·사하·부산진·연제·해운대·동·서·영도구 9개 지자체장은 부산 구청장·군수협의회를 열고 11일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지방 공무원 복무 규정에 점심 1시간이 보장돼 있고, 공무원의 건강권과 복지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시행 의지를 밝힌 중구를 포함하면 휴무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총 10곳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법에 보장된 권리가 지켜질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대다수 업무가 무인민원발급기나 온라인으로 가능한 상황”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진봉 중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무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졌다.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을 해야 구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거라고 본다. 우리 구는 이미 구민을 상대로 홍보를 시작했으며, 무인민원 발급기 확대, 안내 요원 등을 배치해 구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복지와 시민 서비스 문제가 충돌되는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은행 등 사기업 역시 점심에는 ‘셧다운’이 아닌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좀 더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