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 ‘배리어 프리’ 행사
- 남구의회 김근우 의원 초청
- 1시간가량 휠체어 직접 체험

“길 위의 모든 것이 장애물입니다. 작은 턱만 만나도 힘겨워 앞으로 나아가기 힘듭니다.”

휠체어를 탄 김근우 부산 남구의원이 11일 남구장애인복지관 인근 인도를 힘들게 오르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시민이 옆을 편안하게 지나가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11일 오후 1시 부산 남구장애인복지관 후문. 손으로 미는 휠체어에 오른 남구의회 김근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복지관이 이날 마련한 ‘명사 초청 보행약자 불편체험’ 행사에서 김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복지관 인근 도로를 1시간가량 돌았다. 복지관은 장애인 보행약자 등이 느끼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하고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배리어 프리’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그는 30대에 체격도 좋은 편이었지만 보도의 높이 1㎝의 턱만 만나도 연거푸 한숨과 한탄을 쏟아냈다. 눈으로 보면 거의 보이지 않는 경사를 오를 때도 휠체어에 앉아서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보도가 없는 왕복 1차로 도로에서는 차량이 접근할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피하기 급급했다. 인근 카페 식당 편의점 등으로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보도와 건물 사이의 작은 턱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횡단보도에서는 20초가량의 통행 시간을 꽉 채워서야 겨우 지날 수 있었다. 인근 유엔기념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도 턱이 가로막았고, 힘겹게 찾은 길마저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푹푹 꺼지는 바람에 접근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 의원은 “평소에 보행약자 장애인 등에 관심이 많아 세심하게 살펴보는데 직접 휠체어를 타고 체험해보니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았다”며 “혹시나 보도에 주차된 오토바이나 차량을 만나면 지나갈 길을 찾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상체 근력이 있어서 힘겹게라도 갈 수 있었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근력이 약해 이런 길로 어떻게 다닐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보행약자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김 의원은 이달 보도 건물 등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보행약자 조례(가칭 장애인 등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 지원 조례안)를 부산에서 처음 발의한다. 비슷한 조례가 다른 지자체에도 있지만 주로 건물 내 장애인 시설 확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구비 등으로 보도와 건물 사이에 경사로를 설치해 보행약자의 이동권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취지로 이번 조례를 마련했다. 구가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 대비해 관련 기관이나 단체가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조례에 담았다.

행사를 주관한 유경상 남구장애인복지관장은 “그동안 이런 행사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고 실질적으로 보행약자의 이동권이 개선되지 않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 남구부터라도 보행약자를 위해 턱을 제거하고 경사로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