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짜고 친 채무관계 입증해
- 무효화하는 5억 부대보전 신청
- 법원 전국 첫 인용… 철퇴 기대감
성매매업자에게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설정해 놓은 허위 근저당을 무효화하는 부대보전 신청이 처음으로 인용됐다. 범죄수익금 몰수를 피하려고 허위로 채무 관계를 꾸며왔던 성매매업자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최근 부산 서구 완월동 성매매업소에 대해 부산 서부경찰서가 신청한 5억 원 부대보전을 인용했다고 10일 밝혔다. 부대보전은 범죄수익금 환수 과정에서 허위나 위장으로 근저당을 설정한 것을 밝혀냈을 때 허위 근저당을 무효화해 몰수를 돕는 제도다.
서부서는 지난 3월 업소 사장 50대 A 씨와 성매매에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월세를 받고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건물주 40대 B 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재판이 끝난 뒤 범죄수익금을 몰수하기 위해 B 씨의 건물(공시지가 3억5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도 했다.
그러나 B 씨는 이미 수사기관의 범죄 수익금 환수에 대비해 자신 친인척 명의로 5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둔 상태였다. 근저당이 설정되면 몰수보전은 대부분 법원에서 반려되고, 경찰이 허위 계약이라는 증거를 제시해 법원이 몰수보전을 인용하더라도 근저당권자는 건물 소유주가 된다. 경찰로서는 애써 성매매업소를 단속했는데 범죄 수익금을 한 푼도 몰수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경찰은 공시지가보다 1억5000만 원이나 높게 근저당이 설정된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금전 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 결과 B 씨와 근저당권자 사이에 실제 금전 관계가 없었던 것을 밝혀냈고, 범죄수익금을 은닉하기 위해 허위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리고 허위 근저당을 무효화시키기는 부대보전을 통해 향후 최종 판결이 나면 범죄 수익금을 몰수할 수 있게 했다. 성매매업소의 허위 근저당을 무효화한 것은 전국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간 경찰은 성매매업소를 지속해서 단속했지만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았다. 처벌이 약하고, 업주와 건물주가 범죄수익금 몰수를 피해간 탓이었다. 성매매업자는 동종전과가 3회 이상이거나 미성년자를 고용하지 않는 한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또 성매매에는 현금을 사용하므로 범죄수입금 추적도 매우 어렵다.
이에 경찰은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도 같이 처벌하기 시작했다. 건물주 재산에 타격을 줘 성매매를 근절하자는 의도였다. 부산경찰도 2019년부터 건물주를 대상으로 한 기소 전 몰수보전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71건을 단속해 77억1000만 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하는 성과를 냈다. 부산 대표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완월동에서는 12건을 단속해 24억1000만 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 처리했다. 그러자 업자들은 허위 근저당을 통해 기소 전 몰수보전에 대응했다. 친인척을 근저당권자로 허위 설정해 몰수를 피해간 것이다. 이에 경찰이 근저당을 무효화 시키는 부대보전 카드를 들고 반격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사례가 성매매 근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완월동을 비롯한 전국의 성매매업소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몰수를 피해가고 있던 실정이었다. 이번 사례를 참고해 허위 근저당을 밝혀내고 건물주에게 재산적 타격을 입힌다면 성매매를 근절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신심범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