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공사 후 버려지던 물
- 배관만 설치, 저수조 유입
- 日 500ｔ 유지용수 확보
- 수질개선·단수 대처 기대

터널 공사로 새로 생긴 계곡물이 온천천 유지용수로 투입된다. 현재 사용 중인 낙동강 물보다 수질이 훨씬 깨끗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금정구 일대의 계곡수 취수원을 지속해서 발굴하면 장기적으로 낙동강 원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부산 금정구 임이수 기전설비팀장이 노포펌프장 옆에서 온천천 유지용수로 투입될 계곡물을 가리키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 금정구는 노포 펌프장 주변 계곡물을 온천천의 새로운 유지용수로 투입한다고 8일 밝혔다. 구는 지금까지 온천천 유지용수를 물금취수장에서 끌어오는 낙동강 원수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취수원을 확보하면서 상수도 단수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날 취재진이 노포교 아래 위치한 현장에서 직접 계곡물을 확인한 결과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이 물은 다리 밑을 빙 둘러 노포펌프장 저수조로 유입됐다. 원래는 노포천으로 합류되며 버려지는 물이었지만 구가 배관 20ｍ를 설치해 계곡물을 저수조에 담을 수 있게 했다. 별도의 펌프 가동 없이 간단한 조처만으로 하루 500ｔ의 깨끗한 유지 용수를 확보한 셈이다.

수질은 하천 수질 평가 등급 중 가장 깨끗한 ‘매우좋음’ 등급을 받았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을 보면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가 1㎎/L이하고 TOC(총유기탄소량)는 2㎎/L 이하에만 ‘매우좋음’ 등급을 준다. 구가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받은 계곡물 수질 결과를 보면 BOD는 0.4㎎/L, TOC는 0.5㎎/L에 불과했다.

이는 현재 온천천 유지용수로 사용 중인 물금취수장의 낙동강 원수보다 월등히 좋은 수준이다. 지난 8월 기준 물금취수장에서 나온 낙동강 물의 하천 수질 조사 결과는 BOD 1.8㎎/L, TOC는 3.2㎎/L로 ‘좋음’에서 ‘약간좋음’ 등급이었다. 현재는 이 물을 매일 3만ｔ씩 끌어와 온천천에 투입하고 있다.

구는 이 계곡물을 활용해 유지용수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온천천 유지 용수 문제는 물금취수장의 상황에 크게 좌우됐다. 실제로 지난달 25일부터 물금취수장 수문 정비 문제로 5일간 유지 용수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금정구 임이수 기전설비팀장은 “1년에 한두 번 상수원에서 물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대체 용수가 없어 대응하지 못했지만, 지난 단수 때 이 계곡물을 활용해 잘 넘긴 적이 있다”며 “이처럼 물금취수장 상황과 무관하게 유지 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런 계곡물을 계속해서 발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낙동강 원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굳이 전기를 들여 펌프로 낙동강 물을 끌어오지 않아도 깨끗한 물을 저렴하게 온천천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시도 지난 2일 온천천 등 도심 하천에 계곡물을 활용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온천천네트워크 이준경 대표는 “현재 발견된 계곡물은 낙동강 물을 대체하기에 양이 너무 적다. 범어사 일대 계곡의 취수원을 발굴해 하루 1만ｔ가량을 활용할 수 있다면 낙동강 원수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김민주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