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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광역시대의 동남권-메가시티의 길 시즌2 <5> 문화 영역, 엔진이자 열쇠

철도·경제 잇듯 ‘마음’도 연대 절실 … 예술·문화 구심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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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울경 묶을 인프라뿐 아니라
- 주민 사이 이해·결합도 중요

- 부산경남 시인 모인 부마행사
- 광역재단문화협의회 출범 등
- 문화 매개로 한 연대 많아질때
- 지역민 행복한 메가시티 가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왜 하려는 것이며, 무엇을 이루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나?’ 큰일을 도모할 땐 목적·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막연하게나마 부울경 메가시티 ‘이미지’를 지금 떠올려보면 이렇다. 철로·도로를 잇고 물류를 트고 경제·산업을 최적으로 배치해 덩치를 키우거나 효율을 높이는 일과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 크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 ‘중요한’ 일에 매달리느라 행여 ‘이 일을 왜 하며 무엇이 성공인가?’ 하는 질문을 소홀히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갤러리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사화집 ‘부마인가요?’ 증정석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우무석 정일근(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인, 허성무 창원시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참석했다. 고석규비평문화관 이진서 본부장 제공
경남 울산 부산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사는 가까운 이웃이다. 친하며, 같이 누릴 것이 많고, 함께 기뻐할 일도 자주 생긴다. 똑같은 이유로, 이해관계가 부딪히거나, 갈등하고, 싸울 일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웃은 원래 그런 존재다. ‘문화’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역의 예술·문화 분야 많은 ‘일꾼’들이 현재의 부울경 메가시티의 진행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철로·도로를 잇고 물류를 트고 경제·산업을 최적으로 배치하는’ 일은 그 본질에서 지역의 제한된 자원을 함께 다루는 일이고 협상·타협 그리고 알맞은 과정은 필수일 텐데, 실컷 그 일을 완수해놓고도 부울경 주민 사이에 환대·우애·이해는 깊어지지 않고 갈등·불화가 커지거나 터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부산 시내만 해도, 동네 주민 반대와 민원만으로 경로당도 파출소도 짓기 힘든 형국이다. 이런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필연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부울경 메가시티를 하려고 했던 걸까?’

■ 왜 ‘마음’을 무시할까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갤러리에서 ‘부마민주항쟁 역사기록전-민주의 기록’ 개막식이 열렸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회장 설진환)·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센터장 황무현)가 함께 주최한 이날 개막식 행사의 하나로, 부마민주항쟁사화집(詞華集) ‘부마인가요?’(우무석 정일근 엮음·남송우 해설) 증정식이 개최됐다. 허성무 창원시장, 송기인 신부 등이 참석했다.

경남 김성대 시인의 수록 시 ‘들꽃들’을 소개한다. “칠구 년 시월에/ 부산 미 문화원 거리로/ 마산 불종 거리로 나선 / 부산 마산의 사람들은/ 오월 빛고을로 피어나고/ 유월 고을고을마다 피어난/ 민주주의 꽃이었다/ 붉게 스러져도 꽃 피는,/ 이 땅 가난한 들꽃들이었다.”(전문)

행사에 다녀온 문학평론가 남송우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부경대 명예교수)의 설명이다. “올해 초 경남의 정일근 우무석 시인이 주도해 시작했다. 나 또한 부산 시인들께 시를 청탁하고 해설을 쓰는 일을 맡았다. 작고 시인 4인, 경남 시인 44인, 부산 시인 16인이 ‘부마인가요?’ 발간에 참여했다. 올해로 부마민주항쟁 42주년인데, 시인들이 이런 작업을 그간 함께하지 못했다. 마산지역은 별도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조직돼 있고, 부마항쟁에 관한 애정과 열의가 아주 높다. 뜻깊은 작업이었다.”

남 이사장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형성하는 일에서 세 지역 시민의 ‘마음’을 아우르고 합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작업이 예술·문화 구심체를 만들어가는 기점 또는 참고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은 ‘마음’이다. 아마 지금껏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에서 거의 다룬 적이 없는 낱말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트고 잇고 엮는 ‘기초작업’ 없는 연대·결합·통합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오래갈까?

■ 상상력도 설렘도 없는 통합?

지난 6월 25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광역문화재단협의회 출범식에서 강동수(왼쪽) 부산문화재단 대표, 전수일 울산문화재단 대표, 김영덕 경남예술문화진흥원장이 협약서를 펼쳐보이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이쯤에서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하다. 공장이 수천 개인 김해에서 부울경이 역량을 모아 노동자·이주노동자를 위한 예술교육과 문화축전을 열고, 교육도시 자부심과 전통문화·교방예술·형평사운동의 문화자산을 간직한 진주에서 부울경이 힘 모아 공연예술축전과 전통문화비엔날레를 하고, 부울경이 통영의 위대한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윤이상 전혁림의 ‘미친 존재감’을 기리고, 최치원의 체취가 배인 함양 상림을 함께 활용하고, 부산 경남이 공유하는 거인 이병주 작가를 하동에서 함께 빛내고, 부산시민공원에서 부울경 초등학교 오케스트라·합창단 1000명이 합동공연하는 상상을 해야 한다. 마음먹으면 마음을 이을 길은 무궁하다. 인문(학) 공유 자산은 또 어떤가? 그렇게 창출한 교류·협력 모델을 그대로 국제교류로 옮기면, 부울경은 로컬 투 로컬(local to local) 교류 모델 창조 주체가 된다. 흥! 수도권 집중 따위.

부울경 메가시티를 생각하는 주민의 가슴이 뛰게 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하자는 통합은 대체 무슨 통합인가?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겨 오래 만나고 고충을 나누고 공감한 사이가 되면, 부울경 주민은 쉽게 갈등·다툼의 늪에 안 빠진다. 이런 일은 필연으로 ‘과정’을 중시하면서 오래 다듬어야 한다. 그런 일을 감당할 최적의 영역이 문화·예술·인문이다. ‘경제·산업·물류·교통부터 해놓고 나중에’ 할 일이 아니라 이게 ‘본질 요소’다. 지역민 행복이 메가시티 궁극의 목적이라고 하지 않았냔 말이다!

■ 착각 금물! 장식품 아닌 본질

실제 하려 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뿌린 씨앗은 있다. ‘부울경 광역문화재단협의회’가 지난 6월 출범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울산문화재단·부산문화재단이 동참했다. 부산문화재단 강동수 대표이사는 “협의회 출범이 부울경 메가시티와 직접 연관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협의회 출범을 준비해왔다”면서 “크게 보아 많은 것을 공유하는 부울경이 메가시티 형태로 협력하면 문화에서 상당히 뜻깊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대표이사는 “예컨대 부울경 공동 관심사 발굴과 문화지표 조사부터 ▷예술인 창작 공동 지원 ▷‘지역 소멸’ 등 사회문제에 관한 문화적 공동 대응 ▷문화정책 공동 기획 및 중앙정부에 제안 ▷중복 사업 조정을 통한 효율 향상과 장기적 공동 사업 등” 기회요소를 많이 캐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청할 만한 비판 시각도 있다. 차재근 지역문화진흥원장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문화도시’ 정책에 관해 해박하고 전국을 다니며 지역문화 진흥 강연·자문 활동을 한다고 한다. 차 원장은 “(특히 문화·예술 차원에서) 세계가 ‘메가’ 시티를 버리고 ‘메타 시티’로 가는 흐름은 분명하다”고 전제했다. ‘규모로 밀어붙이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모든 도시가 특별한 도시임을 전제로,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어 시민 삶의 질을 개별로 높이는 태도를 메타 시티로 볼 수 있겠다.

차 원장은 “지역에 거대한 중심 권력이 또 하나 생기고, 학맥·인맥·지연이 또 작동하고, 큰 지역은 군림하며 작은 지역은 소외되는 식을 쓸어내지 못한다면 문화 분야 메가시티는 아무 쓸모가 없다. 아무 가치도 없다. 큰 지역과 작은 지역이 갖는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해 문화다양성을 확대하고, 문화의 가치가 주민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면서, 인류 보편 가치를 바탕으로 부울경에서 출발하는 국제교류까지 아우르는, 비판적이고 민주적이며 사려 깊은 준비와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송우 이사장은 “혁신을 가져올 기회요소가 크다. 지역간 대등 원칙과 민주주의를 지키며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울경 메가시티 ‘문화 영역’이 지금껏 내팽개쳐졌다는 사실에 다 함께 경악하는 것이 비로소 출발선이 될 것이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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