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법 졸속 개정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내 주거지전용 주차장이 없어지면서 우려했던 혼란(국제신문 지난 7월 29일 자 1면 보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주차를 막아 어린이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법 취지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 시행 3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부산에서는 법에 해당하는 주차면 10%가 삭제된 이후, 주차난으로 인한 주민 분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혜자가 돼야 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마저 아이들의 통학 여건이 더 위험해졌다며 우려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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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명장2동 폐지된 주거지전용 주차면에 차량들이 무단 주차된 모습. |
4일 부산 수영·강서·서구를 제외한 지자체 13곳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7월 개정 주차장법 시행 이후 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의 정문 반경 300m 내 주차면 2704면 가운데 295면(10.9%)이 지워졌다. 실제로 주차면 폐지에 나선 곳은 동래·금정·해운대·부산진·남구 등 5개 지역이다. 나머지 8개 지자체는 행정 예고 상태로, 올해 말 또는 내년 1월부터 모든 해당 주차면이 폐지된다.
주차장 폐지 과정에서 주민 민원과 분란은 극에 달했다. 취재진은 평일 퇴근시간 무렵 동래구 명장2동 A 유치원이 자리한 골목을 찾았다. 폭 4m가량 이면도로인 이곳에 본래 자리했던 주거지 주차면은 검은색 페인트가 덧씌워져 지워졌다. 하지만 주택이 밀집한 이곳에선 지워진 주차면 위로 여전히 주차된 차량의 줄이 이어졌다. 주민인 40대 여성은 “주차장 폐지에 따라 그간 법적으로 인정받던 주차가 도리어 악성·불법화되고, 주민은 졸지에 범법자가 됐다. 주차 공간의 선점 문제로 눈치싸움이 치열해졌고 자주 고성이 오간다”고 토로했다.
A 유치원 측도 개정 주차장법 시행 후 아동의 안전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유치원 관계자는 “잠깐 아이들을 승하차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주민이 정차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문제를 제기하면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법이 승하차 공간을 더 먼 곳으로 밀어내 오히려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법이 의도한 사고 예방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주거지 전용주차장은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야간 시간대에 주민 주차를 목적으로 조성됐다가 개정법 시행으로 폐지됐다. 그런데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 부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130건 중 89건(64.5%)은 주거지 주차장이 비는 주간(오전 10시~오후 6시)에 발생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폐지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매우 거세다. 올해 안에 모든 주차장이 폐지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