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40년 베테랑인 나도 못 피한 사고…업주 압박할 수단 필요”

산재 추방운동 노동자 호소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1-09-27 19:56:22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30년 넘게 산업재해 추방 운동을 벌인 제가 사고를 당할 거라곤 솔직히 생각도 못했습니다.”

부산 기장군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서 일하는 정성환(60대·가명) 씨는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올해를 끝으로 퇴직하는 그는 지난해 11월 오른쪽 눈을 잃었다. 작업장에서 기계 금속 가공 업무를 맡은 그는 자신의 파트가 아닌 일을 돕다가 사고를 당했다. 연말이라 공장이 한창 바쁠 때였다고 한다. “유압 프레스로 조립용 핀을 밀어넣는 작업인데, 정확한 위치에 정밀하게 세팅해야 합니다. 유압 프레스를 한 번도 다뤄본 적 없었지만, 연말에는 조립 파트가 워낙 일이 많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프레스를 세팅해 핀을 압입하는 과정에서 핀이 부러졌고, 부러진 핀이 정 씨의 눈을 찔렀다. 원래 이 작업을 할 때는 아크릴로 만든 보호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는 회사 사정상 작업 공정 속도를 올려야 하는 시기였다.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업 사정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 처음 핀이 눈을 찔렀을 땐 눈에 새가 한 마리 첨벙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통증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뿌연 무지개 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학병원에서 철 파편을 뽑아낸 그의 눈은 이미 동공이 터져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다. 재건 수술을 해도 회복된다는 확신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정 씨는 결국 한쪽 눈을 포기했다.

사실 정 씨는 1990년대 초부터 상급 노조에서 활동하며 산업재해 추방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직접 노동자들에게 산재 예방 교육이나 상담도 진행했다. 롤러에 팔이 잘린 사람, 공장 내 유해한 공기 탓에 질병을 앓는 사람,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 등을 숱하게 봐 왔다. 이들의 장례를 치러준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그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정 씨는 안전과 작업속도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산재를 막으려면 작업장의 위험 불안정 상태를 없애도록 안전 장비를 마련하고, 안전책임자를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든다. 그래서 기업은 ‘노동자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노동자는 조심하는 것과 상관 없이 다치게 돼 있다. 납품을 빨리 하라고 주문하면, 노동자들은 안전장치를 폐쇄하고 편하고 빠르게 작업하려 한다. 회사는 이걸 묵시적으로 동조하고, 사고가 나면 자신들이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현 시스템에서 기업은 동종업체보다만 산재율이 낮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엔 노동청의 근로감독을 피할 수 있고, 시정명령을 받아 돈을 들여 안전 장비를 구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며 “그렇다고 기업주가 휴머니스트라고 사고가 막아지는 것 또한 아니다. 사업주가 착한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 목숨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기업주가 확실히 경각심을 갖게 할 수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검찰관 임명
  7. 7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8. 8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9. 9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0. 10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8. 8[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9. 9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10. 10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