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낮 12시30분 찾은 서면 쌈지공원은 점심 식사를 마친 이들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193.4㎡로 비교적 좁은 이곳에는 재떨이가 4개나 설치돼 있었지만, 타고 남은 꽁초는 어김없이 바닥으로 던져졌다. 1997년 5월 시민을 위한 만남의 광장 격으로 생겨난 이곳의 실상은 서면 비공식 흡연구역이다. 비흡연자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코를 움켜쥐거나 아예 다른 길을 찾는다. 흡연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한 셈이다.

부산진구가 이곳을 정비하겠다고 나선 건 2019년 3월이다. 1억7000만 원을 들여 흡연 부스 2곳을 만들고, 안락 의자 등 휴식 시설을 놓을 계획이었다. 그 해 5~10월 6개월이면 완료될 사업으로 보였다. 그러나 재정비가 마무리된 건 이번 달 들어서다. 그마저 애초 구상한 흡연 부스 등은 온데간데없고, 인도와 차로, 화단을 정비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사업이 삐걱거린 것은 주변 상인과 건물주가 흡연 부스 설치에 부정적이었던 탓이다. 처음 구는 사방이 밀폐된 형태의 부스를 고려했다. 그러자 내부에 금방 찌든 내가 베는 탓에 담배 냄새를 풍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안으로 구는 천장이 뚫린 개방형 부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스가 흡연자들을 한 공간으로 밀집시켜, 부스 인근 상가가 담배 연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흡연 부스 대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간을 구분 짓는 유리 펜스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나왔지만, 이 역시 똑같은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사업은 아무것도 바뀐 것 없는 채로 끝났다. 구 관계자는 “부스가 없으면 사람이 밀집할 일도 없으니 담배 연기 피해를 분담하는 셈인데, 부스가 생기면 특정 상인이 피해를 떠안는다는 인식이 있어 설득이 어려웠다. 부스를 설치하려고 공사를 할 때 한 상인이 바닥에 드러눕고 이를 방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민 민원을 이유로 돈과 시간만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진구의회 백범기(무소속) 의원은 “애초 흡연부스를 밀폐형으로 만들면 담배 연기가 정화된 뒤 바깥으로 배출돼 주변에 피해 없다는 게 구 입장이었다. 여러 차례 착수보고회와 주민설명회를 거쳤는데도 설득에 실패했고, 결국 길거리 흡연과 꽁초 투기가 만연한 상황은 전혀 개선하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