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시대
- 유럽도 지형의 속성 살려 개발
- 환경훼손 최소화로 난개발 막고
- 봉수대 정체성 극대화에 방점
- 엑스포 땐 빛축제 이벤트 열자”
“그리스 산토리니는 산 전체가 집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힙니다. 좋은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황령산 전망대도 토건업자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난개발이 아니라 황령산이 갖는 의미에 맞게 좋은 개발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가치있는 곳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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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령산 전망대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가 지난 15일 봉수대에서 전망대 설계 방향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지난 2년간 황령산 전망대 설계를 총괄한 승효상(이로재 대표) 건축가는 지난 15일 황령산 봉수대에서 기자와 만나 ‘황령산을 지금 상태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 입장을 펼쳤다. 개발이라는 행위 자체가 기본적으로 반환경적이지만, 건축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라면 결국 좋은 개발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가르침과 영감을 주지만 자연과 우리의 삶이 결합될 때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까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발하지 않으면 환경 훼손은 줄일 수 있지만 유럽의 많은 도시가 각광을 받는 것은 건축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형에 맞는 건축을 통해 아름다움을 배가시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승 건축가는 설계할 때 ‘지문’이라는 콘셉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문이란 땅에 새겨지는 무늬로, 이는 또다시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하는 ‘터무니’로 이어진다. 승 건축가는 “터무니에 맞게 집을 지어야 터무니 있는 건물이 되고, 그렇게 살야아 터무니 있는 삶이 된다”며 “땅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땅의 원래적 속성이나 지리적 형태를 받아들여야 좋은 건축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황령산 전망대 설계에도 반영됐다. 황령산은 예부터 봉수대로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된 만큼 그런 장소를 버려놓기보다는 봉수대 본연의 정체성(identity)을 살리면서 창의성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망대를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을 잘 보이지 않도록 해 전망대가 하늘에 떠있는 구름처럼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이 전망대에 빛을 쏠 수 있는 5개의 봉수대를 얹어 봉수대 본연의 의미도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에서 크게 기념할 만한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있을 때 빛을 내면 좋겠다. 특히 부산에서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한다고 하는데 황령산과 북항을 잇는 빛축제를 열면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망대 주변 하부시설에 대해서는 “산세를 수용해 지원시설을 계단식으로 배치했고, 건물의 지붕은 물론 건물 사이사이에 나무와 꽃을 가득 심어 위에서 보면 길만 노출되고 건물은 모두 산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시민도 부담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은 공유재’라는 철학을 가진 승 건축가는 밀양의 명례성지, 경산 하양의 무학로교회, 경남 고성의 유스호스텔과 제정구 선생 기념 커뮤니티센터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린 건축 스타일을 강조해왔다. 그는 “황령산 전망대도 그동안 내가 해온 건축 철학에 위배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좋은 건축의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