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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Never Again <3> 육지에 밀린 어선원 근로문제

영세어선 사고다발에도 보험 소외…안전관리는 이원화 혼선

  •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  |   입력 : 2021-09-13 19:45:29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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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어선 사고 1만 여건 중
- 3t미만 4325건으로 절반 육박
- 어선원보험 의무가입 대상 안돼

- 해수부 안전 관계법령조차 없어
- 노동부가 산업보건법으로 관리
- 그마저도 20t이상은 선원법을
- 20t미만은 근로기준법 적용해

- 관리 일원화 놓고 노사갈등 내홍
- 고령어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

50대 정동훈(가명) 씨는 뱃일 경력 30년의 베테랑 어부다. 부산 강서구의 한 어촌계에서 김 양식을 하는 정 씨에게 바다는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항상 두려운 대상이다. “우리는 바다에서 일하지만 불구덩이에 던져진 허수아비가 따로 없어요. 배가 직장이라면 바다는 전쟁터죠. 위험한 줄 알지만 그래도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13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어선 사고는 1만211건이다. 여객선과 화물선 등 비어선을 포함한 전체 선박 해양사고가 1만5208건임을 고려하면 어선 사고 비율은 67.14%로 선박 사고 3대 중 2대는 어선인 셈이다. 어선원보험 의무가입이 아닌 3t 미만 어선으로 한정하면 4325척이 사고가 났는데, 이는 전체 어선 사고의 절반(42.35%)에 육박한다. 이 기간 어선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13명이고 부상자는 1410명에 이른다.

이처럼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도 바다 위 산재 소식은 좀처럼 뭍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어선원의 근로안전은 먼 바다 한 가운데에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한 곳에서 컨트롤해야 할 감독기관도 선박 무게 별로 나뉘어져 어선원의 안전은 찬밥 신세다. 어선원 안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해양수산부에 관계 법령이 없어 전체 산업안전을 아우르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노동부가 육상 사업장 위주로 안전업무를 관할하면서 어선원의 안전은 사실상 방치됐다. 복잡하게 얽힌 법령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어선원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아파도, 다시 바다로

   
정 씨의 노력 덕에 아내와 함께 아들을 건강하게 키웠지만 정작 그는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지난 7월 4일만 해도 이튿날 조업 준비를 위해 항구에 정박 중인 연안복합어선(2.7t)에 기름을 넣다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조타실 문틀을 잡고 있었는데 당시 바람이 갑자기 세게 불면서 열려있던 문이 닫히는 바람에 왼쪽 3번째 손가락 손톱 있는 마디가 퉁퉁 부어 오른 것이다. 정 씨는 “소리도 못 지를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바다에 나가면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마주하는 터라 타박상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다. 예전엔 조업하러 나갔다가 바다에 빠질 뻔한 적도 있고 동료 어민이 타고 있던 배가 파도에 뒤집혀 익사한 모습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아픔을 견디다 못해 결국 수술했지만 완치까지 2개월가량은 쉴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하루하루 밥벌이를 해야 하는 입장에선 타격이 컸다.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이었다. 아들이 대신 배 탄다고 하던데 나처럼 힘들게 생활할까봐 뜯어 말렸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항구에 정박한 배 위에서도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는데 망망대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오죽할까. 특히 3t 미만 어선은 혼자 또는 2인으로 조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t 미만의 평균 조업 인원은 1.43명으로 2명이 채 되지 않는다. 만약 혼자 조업을 나갔다가 바다에 빠지면 구조해 줄 사람도 없는 것이다.

■60대 어르신 혼자서 통발을

실제 30년 동안 통발조업을 한 김명한(67·가명) 씨는 지난 7월 1일 새벽 4시55분 기장군 앞바다에서 조업하다가 지난 4일 오후 고리항 테트라포트 앞 해상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월내항에서 연안통발어선(1.12t)을 타고 출항한 지 3일 만이다. 연안에서 통발을 내리는 도중 어선 스크류에 줄이 감기자 이를 끊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몸의 균형을 잃어 바다로 빠진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아들 김준서(42·가명) 씨는 “통발을 끌어올리는 양망기가 없다 보니 일일이 손으로 걷어 올리셨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배를 타고 바다에 던져진 통발을 걷어 올렸는데 엄청 무거웠다. 이 무거운 걸 나이 드신 분이 매일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졌다. 진작 기계를 사드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고 울먹였다.

아버지가 생계를 잇기 위해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가 새벽 4시에 나가셔서 일 마치고 귀가 하면 대충 요기를 하고 다시 막노동 일하러 나가셨다. 통발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 하는 어업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를 타고 계셨는데 내가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 일을 도우러 나갔다면 바로 어업권을 포기하라고 말씀드렸을 것이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어선원 안전 법제화 될까

해수부는 현재 고용부가 맡고 있던 20t 미만 어선원과 관련된 선내 산업안전보건 내용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내안전보건기준을 포함한 어선원 안전보호 법령 마련을 위한 TF’를 작년부터 구성해 오는 2022년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선원법이 적용되는 20t 이상 어선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20t 미만 어선의 이원화 된 근로문제도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제협약수준과 현실적인 영세 어업인의 현 상황을 고려해 선주 및 노조단체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법제화를 목표로 톤 수에 상관없이 하나의 법률에 어업인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법령이 마련되면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기재부와 행안부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주 및 노조단체 등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이원화 된 근로문제부터 노사가 반발하면서 해수부 일원화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어선원 노동자들이 위험한 근로 환경에 노출돼 재해를 입은 배경 중 하나가 안전보건 법령의 미비였던 만큼 필요한 법령 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근로 역시 어업 특성상 육상과 똑같이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상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어업중단 등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공동기획 : 안전보건공단·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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