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로 부상한 아파트 리모델링의 공공 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구의회가 주민 민원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산 해운대구의회는 오는 1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해운대구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처리한다고 6일 밝혔다.
재건축·재개발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행정적 지원을 받지만, 리모델링은 행정적 지원에 재정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주택법의 관할을 받는 리모델링은 지원센터를 통해 각 지자체가 정하는 조례에 따라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초의회가 규정을 광의로 해석할 경우,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근거가 된다. 실제로 경기 성남·광명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금 지급 시기와 규모에 대한 상위 법령의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해운대구 A 의원은 지난달 공공 지원금 지급 시기를 리모델링 조합 설립 후로, 지원금 규모를 5000만 원 한도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그린시티(해운대신도시) 주민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조례안의 취지는 예산 낭비를 막자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입주민 75%가 동의해야 사업이 추진된다. 조합 설립 전 지원금이 지급됐다 사업이 무산되면 수십억 원의 혈세는 허공에 사라진다. 현재 그린시티에만 42개 단지가 있어 지원금 지급 시기나 한도가 폐기될 경우 해운대구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구와 연제구 등 일부 아파트 단지는 리모델링에 대해 주민 간 찬반 갈등이 일면서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 수원·군포시는 조합 설립 이후에 지원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그린시티 주민은 리모델링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사무실 마련 등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며 경기 성남·광명시처럼 조합 설립 전부터 지원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의 규모 역시 단지마다 세대수가 다르기 때문에 한도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대수에 따른 차등 지급이 아니라 아예 한도를 없애자는 것이다.
10만 명이 거주하는 그린시티 유권자의 ‘분노’에 해운대구의회는 지난 3일 소관 상임위인 주민도시보건위원회에서 조례 원안을 수정하며 화답했다. 공공 지원금 지급 시기를 조합 설립 후가 아닌 부산시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조합 설립 전) 후로 조정했고, 한도 5000만 원 문구도 삭제했다. 여기에 4개 단지에 한해 안전 진단비 50%를 지원하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단지 아파트 유권자들이 ‘표심’을 앞세워 무리한 집단민원을 내거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민간의 아파트 리모델링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법령을 확대 해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급 기준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무력화되고 있다. 해운대구의 한 구의원은 “솔직히 개정안 원안대로 가는 게 맞지만 주민 반대가 워낙 심해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특히 내년에 선거가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