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얀센 백신 접종 2주 뒤
- 사지 마비 등에 두 달여간 입원
- 희귀성 ‘길랑-바레 증후군’ 판정
- 부작용 신고에도 후속 절차 안해
- 질병청 힘들게 통화됐지만 회피
- 번호 가르쳐준 보건소 질책까지
- 백신-질환 ‘인과성 불명확’ 나와
- 장기간 입원에 생긴 접촉피부염
- 기저 질환으로 적혀 황당하기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희귀난치성 질환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린 국제신문 문화부 이승륜 기자의 투병기를 전한다. 이 기자는 온몸이 반나절 만에 마비되는 증세로 두 달간 대학병원에 입원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퇴원한 뒤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병가를 내고 회사를 휴직 중이다. 비슷한 일을 겪은 접종자들과 마찬가지로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면서 정부의 관련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여겨 백방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 기자는 손상된 팔다리의 신경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수 없는 상태여서 부인이 이 기자의 구술 내용을 대신 정리했다.
■백신 접종 후 시작된 사지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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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이승륜 기자가 코로나19 백신(얀센)을 맞은 뒤 길랑-바레 증후군에 걸려 팔다리가 마비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할 당시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
지금 내가 앓고 있는 병의 이름은 ‘길랑-바레 증후군’이다. 앞서 지난 6월 10일 정부가 예비역과 민방위 대상자를 상대로 접종을 시작한 ‘얀센’ 백신을 맞았다. 2주 뒤 병의 전조 증상이 몇 차례 나타났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발바닥이 부어서 풍선 위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경미한 발바닥 통증도 함께 느껴졌다. 10여 분이 지나면 통증과 부종 감은 사라졌다. 같은 달 26일 이상 증세는 입안에서도 느껴졌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삼키는 순간 혓바닥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했다. 다음 날 오전 잠자리에서 일어나 발이 바닥을 딛는 순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몸 마디마디와 손끝을 바늘로 찌르고 망치로 때리는 듯한 고통도 함께 왔다. 통풍 발병이 의심돼 내과 병원 진료를 받았으나 통풍 증상이 아니라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그다음 날 온몸의 통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아침에 출근 도중 119구급차에 실려 부산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됐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내의 도움을 받아 집 근처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그 사이에 팔다리는 물론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고 전신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부축이 없으면 홀로 걷거나 설 수 없을 지경이 됐다. 극심한 허리 통증이 시작됐고, 혼자 앉거나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자세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손가락 하나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호흡 마비까지 와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주치의가 진단한 병명은 길랑-바레 증후군이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병은 몸에 생긴 항체가 몸의 말초 신경을 파괴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신경에 염증이 생기고 근육이 약해지면서 마비도 동반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7월 코로나19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계열 백신을 접종한 뒤 드물게 길랑-바레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열흘 가까이 마비된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한 채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자가 호흡 기능이 떨어져 기도 삽관 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쉬었고, 음식물 섭취도 코 속에 관을 넣어서 했다. 몸의 세포를 공격하는 항체의 활동을 억제하는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과 욕창,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불면의 나날이 계속됐다.
이후 자가 호흡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신경과 병동을 거쳐 재활치료과 병동에서 손상된 신경 회복을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는 두 팔다리의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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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륜 기자 주치의의 진단서에는 ‘백신 후 발생한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다. |
■보건당국, 백신 접종은 독려…부작용 처리는 ‘깜깜이’
그 사이에 아내가 동분서주해 주치의로부터 ‘병력을 고려할 때 백신 접종 뒤 발생한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보건당국에 백신 접종 이후 길랑-바레 증후군이 발병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보건당국이 별도의 조사 절차를 진행했지만, 신고 이후 한 달 넘게 정부나 지역 보건소 관계자로부터 구체적인 처리 절차에 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이 의심되는 이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절차도 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를 안내받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에 몇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알 수 있는 전화번호는 모두 먹통이었다. 아내가 어렵사리 지역 보건소와 질병관리청 직원과 전화 통화가 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진상 조사와 보상 절차에 관해 물었는데, 구체적인 대답 대신 전담 직원이 아니어서 대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심지어 질병관리청 직원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아내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지역 보건소 직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질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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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관리청의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길랑-바레 증후군은 백신 접종과 시간적 개연성은 있고, 인과성을 인정할 객관적인 근거가 아직까지 불충분하다’고 기록돼 있다. |
답답한 나머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백신 접종자와 가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이런저런 사정도 알게 됐다.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과 우려, 불안이 섞인 글들이 올라온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늘리기에 급급해 부작용 사례 인정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해외 제약사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부작용 사례 인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 이후 중증 부작용이 생긴 피해자가 수백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실제 피해 사례로 인정된 경우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나 아픈 몸을 이끌고 ‘팩트 체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자와 가족은 신속하고 간단하게 백신 접종 부작용 의심 사례를 신고하고 후속 행정 절차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직통 행정 전화와 온라인 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런 게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청천벽력 같은 병에 걸려 사지가 마비되고 거동이 어려워진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케 하는 게 온당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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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륜 기자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중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
그런데도 내가 본 환자와 가족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만나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하소연의 글을 올리는 등 저마다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이런 노력마저 안 하면 도저히 희망이 기대되지 않아서”라고 입을 모은다. 나의 발병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내도 결국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백신 맞으라고 적극적으로 독려하던 정부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게 맞느냐? 더는 정부를 믿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아내를 지켜보는 내 마음 한구석에도 원망이 쌓였다. 부작용에 관해 책임질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백신 접종을 독려한 정부와 그런 정부를 믿고 섣불리 백신을 접종한 나에게.
그리고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지난 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 조사 심의 결과 안내를 받았다. 병원에서 보건 당국에 신고를 한 지 두 달 만이었다.
‘심의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질환 사이의 인과성을 평가하기 어려움. 조사된 피접종자의 의무기록, 의료진 면담 결과, 기저 질환을 검토한 결과 길랑-바레 증후군은 백신 접종과 시간적 개연성은 있고, 유발할 다른 위험 요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 인과성 평가 근거 불충분 사례로 구분하고 관련 근거가 축적되면 재평가하기로 함’.
정부가 백신 부작용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역시나였다.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평소 없던 기저 질환까지 적혀 있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대학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일반병실에 장기간 입원할 동안 붙여졌던 반창고로 피부 트러블이 생겼는데 기저 질환이라니….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말초신경 염증으로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마비성 질환. 바이러스나 백신 부작용으로 자가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의 경우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호흡계통까지 마비돼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kookje.co.kr
◇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평가 현황(1~25차) 단위:건 |
구분 |
사망 |
중증 |
아나필락시스 |
인과성 인정 |
2 |
5 |
166 |
인과성 근거 불명확 |
2 |
14 |
- |
명확히 인과성이 없거나 인정되기 어려움 |
478 |
638 |
309 |
계 |
482 |
657 |
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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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과성 인정사례 7건 |
접종백신 |
추정진단 |
아스트라제네카 |
사망 |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1(남·33) |
중증 |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2(남·33, 여·70), 뇌정맥 등 혈전증 1(남·29), 발열 후 경련으로 인한 혈압 저하 1(여·48) |
화이자 |
사망 |
심근염 1(남·21) |
중증 |
심낭염 1(남·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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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과성 근거 불명확 사례 16건 |
접종백신 |
추정진단 |
아스트라제네카 |
사망 |
급성심근염 1 |
중증 |
길랑-바레 증후군 5, 전신염증증후군 1, 폐색전증 1, 급성파동성뇌척수염 1, 염증성근육병증 1, 천식 발작 1, 혈소판 감소증 2 |
얀센 |
사망 |
모세혈관누출증후군 1 |
중증 |
길랑-바레 증후군 1 |
화이자 |
중증 |
척수염 1 |
※자료=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김미애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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