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산업폐기물(산폐물) 매립장이 한계에 달하면서 추가 증설이 시급(국제신문 지난 7월 29일 자 3면 보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사하구가 관내 폐기물소각시설의 증설 요청을 보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하구는 지난 2일 폐기물처리 업체 에이치엘비에너지의 도시계획 변경 입안을 반려했다고 31일 밝혔다. 관내 폐기물처리시설이 포화 상태이며 소각장 증설시 주민생활환경권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반려 사유다. 이 업체는 일평균 폐기물 소각 처리량 48ｔ에서 2배 수준인 90ｔ까지 증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구에 사업지에 있는 공장 부지를 폐기물처리시설로 변경 신청했다.

업체 측이 소각장을 증설하려는 이유는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업체는 굴뚝으로 나가는 환경유해물질의 양을 환경공단에 실시간으로 보내고 있는데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통제하는 물질의 기준치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 관계자는 “일산화탄소(CO)와 질소산화물(NOx)의 허용기준이 지난 7월 50ppm에서 각각 45, 42.5ppm으로 줄었다. 우리 업체 수치는 이보다 낮지만 언제 또 기준치가 낮아질 지 알 수 없다. 폐기물도 늘고 있는 상황에 노후화 시설로는 버티기 힘들어 이번 증설로 환경기준과 주민친화 및 사업성을 모두 잡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구의 반려 사유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었고 당시 소각장 증설에 반대하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또 구가 주장하는 부산의 하루 소각 배출량 139.3ｔ에 비해 여유가 있다는 폐기물처리량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구평동 주민 A씨는 “2차 설명회 때 70~80명 정도 참석했는데 한두 사람만 반대했다. 업체가 소각장을 증설해 환경유해요소를 저감시키고 주민 시설을 만들어 준다는 데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소각장 증설에 대해 주민의 큰 반발도 없고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환경평가도 조건부로 승인받았다. 하지만 구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도 거치지도 않고 반려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소각장 증설 관련 검토가 필요해 현재 조율하고 있는 단계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 아니다. 업체의 제안이 타당하면 심의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려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